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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 우등생들의 여름방학 계획

중앙일보

입력

여름방학은 기회의 시간이다. 1학기에 부족했던 공부를 총정리하고 다음 학기를 준비하며 우등생으로 도약할 발판을 마련해둬야 한다. 초등학생이라고 예외가 아니다. 여름방학 동안 마냥 놀았다가는 2학기 공부에 낭패를 보기 십상이다. 지난 학기 최우수 성적을 받은 초등학생들은 벌써부터 여름방학 계획도 꼼꼼하게 짜뒀다. 이들의 계획표를 들여다봤다.

주 3회 태권도 수업, 건강관리에 부쩍 신경 - 이건미양(원묵초 3)

 건미의 방학 목표은 ‘고학년 대비’다. 어머니 노미라(서울 면목동)씨는 “아이가 ‘4학년의 중요성’에 대해 하도 많이 들어선지 벌써부터 내년이 걱정되는 모양”이라며 “여름방학 동안 만반의 준비를 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노씨는 태권도 학원부터 등록했다. 건미가 학기 중에 책상 앞에 앉아 있는 시간이 많아 살이 오른 편이라 방학 동안 태권도로 건강관리를 하기로 했다. 한참 성장기라 키도 커지는 등 체형 교정 효과도 기대하고 있다.

 건미는 지금까지 학원을 안 다녔다. 문제집을 풀다 모르는 게 있으면 아버지에게 물어 설명을 듣는 식으로 공부했다. 그래도 성적은 최상위권을 꾸준히 유지해오고 있다. 이번 방학에는 영어 학원에 다닐 생각이다. 원어민 교사가 있는 곳으로 물색 중이다. 노씨는 “영어도 애니메이션을 보고 따라하면서 혼자 공부해온 터라 발음과 표현 등을 섬세하게 지도해 줄 수 있는 원어민 교사에게 배웠으면 한다”고 설명했다.

 독서는 ‘50권 읽기’가 목표다. 앞으로 학교공부가 어려워지면 독서에 투자할 시간도 줄어들 수밖에 없어 이번 방학에 최대한 많이 읽어둘 생각이다. 5학년 필독서까지 미리 읽어두려고 목록을 뽑아뒀다.


학원은 수학만 수강, 영어는 인강으로 도전 - 안도현군(서정초 5)

 도현이의 방학 계획표는 캠프와 견학 프로그램으로 가득하다. 어머니 강순희(서울 목동)씨가 추천해준 프로그램들 가운데 도현이가 직접 고른 것으로만 방학 계획표를 완성했다. 강씨는 “6학년 때부터는 중학교 진학을 앞두고 공부에 치중해야 할 테니 올해까진 다양한 체험학습으로 견문을 넓혀줄 생각”이라고 설명했다.

 가족 모두 불교 신자라 템플스테이도 계획해뒀다. 가족이 1박 2일동안 사찰에서 머물며 수행자 생활을 체험하기로 한 것. 도현이는 “몇 년 전에 다녀온 적이 있는 데 다른 세상에 온 것처럼 마음이 편해지고 머리가 맑아지는 느낌이었다”며 “방학 때 다녀오면 2학기 공부에 도움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템플스테이 외에는 경주 역사 캠프나 우주 나사 항공 캠프 등 공부와 관련 있는 체험학습을 택했다. 주말이면 고궁이나 박물관으로 견학을 다니기로 했다.

 공부 계획은 단출한 편이다. 학원은 도현이가 좋아하는 과목인 수학만 등록해뒀다. 전국 수학경시대회에 빠짐없이 출전하고 있어 수학 공부는 늦출 수 없기 때문. 영어는 학원 대신 인터넷 강의를 택했다. 인터넷 강의와 병행해 아버지와 매일 한 시간씩 영문법 공부도 할 계획이다.

 독서는 특별한 목표를 정하지 않았다. 일주일에 한 번씩 동네 주민센터 도서관에 가서 읽고 싶은 책을 대출받아와 읽기로 한 정도다. 지난 겨울방학에는 ‘책 100권 읽기’를 목표로 세워 달성했었다. 강씨는 “겨울에는 추우니까 실내 활동 위주로 독서를 목표로 삼았지만 여름방학은 야외에서 시간을 보내는 편이 나을 것 같다”며 독서는 도현이 자율에 맡기기로 했다.


특목중 진학 목표 세워, 과목별 전문학원 등록 - 임유선양(신용산초 6)

 유선이는 특목중 진학을 염두에 두고 있어 이번 여름방학 동안 쉴 생각은 일찌감치 접었다. 청심국제중이나 대원국제중을 목표로 하고 있어 여름방학을 허투루 보낼 수 없다는 각오다. 방학 계획도 특목중 대비 학습 위주로 짰다.

 학원 스케줄만도 일주일이 빡빡하다. 영어·수학·과학은 각 과목별 전문 학원에 등록했다. 수학 수업은 일주일에 3차례 있는데 갈 때마다 5시간씩 정규수업이 진행된다. 부모님은 학원수업을 줄이자고 권유했지만, 유선이가 “힘들어도 학원에 가는 편이 낫다”며 수강을 결정했다. 유선이는 “같은 목표를 가진 학생들이 모여있어 경쟁적인 분위기가 조성돼 집중이 잘 된다”고 설명했다. 영어·수학은 선행학습이 중학교 과정을 넘어선 상태라 진도를 더 나가기 보다는 배운 내용 다지기에 역점을 둘 생각이다.

 입시 준비 외에 학교 공부는 교과서 읽기 위주로 혼자 공부할 계획이다. 예년에도 1학기 배운 내용은 방학이 시작하자마자 이틀 내로 복습을 끝내왔다. 과목별로 교과서를 통독하며 배운 내용을 죽 점검해보는 식이다. 막히는 단원이 나오면 전과를 참고하며 몇 차례 정독한다. 2학기 예습은 방학이 끝나기 일주일 전에 몰아서 한다. 국어 교과서는 소설 읽듯 정독하고 사회나 과학은 핵심 내용에 밑줄을 그어가며 꼼꼼히 읽는다. 유선이는 성격상 여러 번 반복하는 것보다 한 번 할 때 집중해 정확히 해두는 편을 선호한다. 공부 계획도 그에 맞춰 세웠다.

 방학 내내 공부만 할 수는 없는 노릇. 어머니 노미란(서울 동부이촌동)씨는 봉사 활동을 적극 추천했다. 유선이 가족이 다니는 성당에서 새터민·다문화 가정을 위해 한국문화와 한글 교육을 실시할 때 자원봉사자로 참여할 예정이다. 노씨는 “공부에 치어 주변에 무심한 아이가 될까 걱정”이라며 “주말마다 한두 시간씩 꾸준히 봉사를 하며 사회에 관심과 애정을 가졌으면 한다”고 말했다.


[사진설명] 임유선(서울 신용산초 6)양은 특목중 입시를 위해 올 여름방학 학습 계획을 꼼꼼하게 짜뒀다.

<박형수 기자 hspark97@joongang.co.kr 사진="김경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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