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대후보 비방 언제까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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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공약이 비슷하며, 청중을 동원하고 상대후보를 비방하는 구태도 예전과 크게 달라지지 않은 것 같습니다."

1일 오후 부산지역 최대 격전지로 꼽히는 연제구청장 선거 합동연설회가 열린 연제초등학교 운동장.생생한 선거운동 현장을 중앙일보 독자와 기자가 함께 취재하는 '6·13 독자출동'에 참여한 김경순(金京順·37·여·부산참여자치시민연대 회원)씨는 거의 달라지지 않은 유세장 풍경에 얼굴을 찌푸렸다.

한나라당 임주섭(周燮·57)후보와 현 구청장인 무소속 박대해(朴大海·58)후보가 유세 대결을 벌이는 운동장의 뙤약볕 아래 청중 4백여명이 모였으나 대부분 동원된 듯 두 패로 나뉘었다.

어수선한 분위기 속에 먼저 연단에 오른 후보는 "구청장을 잘했으면 왜 한나라당 공천을 받지 못했겠느냐"며 朴후보를 맹렬하게 공격했다. 또 "구청장은 날만 새면 자기 자랑만 하고 구정은 겉만 번지르르하다"면서 비방조로 상대를 몰아붙였다. 하지만 일부에서만 과장된 몸짓으로 이에 연호할 뿐 대부분의 청중은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朴후보를 지지하는 청중은 후보의 연설을 방해라도 하듯 중간중간 한 사람의 선창에 따라 "박대해, 박대해"를 외쳐댔다.

많은 청중이 썰물처럼 한꺼번에 빠져나간 가운데 등장한 朴후보는 연설의 많은 시간을 자신이 한나라당 공천을 받지못한 데 대한 해명에 할애했다. 이어 '기초자치단체장이 왜 정당의 공천을 받아야 하고,정당 지도부의 눈치를 봐야 하느냐'며 정당 공천제 폐지를 주장했다.자신의 처지에 대한 불만에서 한 듯한 얘기였으나 기초단체장 정당공천제 폐지에 공감하는 주민들의 박수가 간간이 나왔다.

지역발전을 위한 정책공약은 두 후보가 대동소이했다. 이들은 약속이나 한 듯 문화회관 건립과 시민공원 조성, 역사문화관 개관, 장애인복지관 건립 등을 약속했다 실현 가능성이 없는 허황된 공약은 내놓지 않았으나 공약을 실현하기 위해 정책개발 등에 대한 설명보다는 공천 과정에서의 잡음 등만 집중 거론해 구청장 선거를 정치 공방의 장으로 만든다는 느낌이 들었다.

합동연설회가 끝난 뒤 청중들이 운동장 주변을 비교적 깨끗이 청소한 것은 무질서했던 예전과 다른 모습이었다. 과거 유세 현장의 뒤편에서 종종 볼 수 있었던 술판도 사라졌고 음식쓰레기도 별로 눈에 띄지 않았다. 표를 의식한 것이겠지만 후보들의 자원봉사자들이 운동장의 담배꽁초와 휴지를 줍는 행동에서 달라지는 선거문화의 한 단면을 발견할 수 있었다.

(istor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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