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생물학'에 대한 오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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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1면

엄청난 논란을 불러일으킨 그의 저서 『사회생물학』(1975)에서 하버드 대학의 생물학자 에드워드 윌슨은 사회생물학을 "인간을 포함한 모든 동물의 사회행동을 체계적으로 연구하는 학문"이라고 정의했다. 결코 유전자가 홀로 생명체의 행동을 좌지우지한다고 믿는 학문이라고 말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회생물학은 처음 등장했을 때부터 줄곧 이른바 '유전자 결정론(genetic determinism)'을 철저하게 옹호하는 학문으로 낙인이 찍혀 엄청난 탄압을 받았다.

물론 초기 사회생물학자들 중에는 조금은 경솔하거나 미숙한 이들도 있었던 게 사실이다. 암컷들이 생명체의 초기 발생에 필요한 온갖 영양소를 고루 갖춘 '거대한' 난자를 만드는 데 비해 수컷들은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값싼 정자를 만든다. 그래서 수컷이란 동물들은 가능한 한 많은 난자들에 자신의 정자를 전달하기 위해 바람기를 타고날 수밖에 없다는 식의 설명을 늘어놓기도 했다. 단번에 페미니스트들의 '주적'이 된 것은 말할 나위도 없다.

그밖에도 온갖 분야의 좌파 지식인들로부터 가진 자의 입지를 정당화하는 학문이라는 비난을 무차별적으로 받아야 했다. 하지만 현상에서 가치를 도출하는 이른바 '자연주의적 오류'는 오히려 사회생물학을 반대하는 이들에 의해 더욱 활발히 자행된 듯 싶다. 다윈에 따르면 우선 유전자를 후세에 전파해 줄 자식이 가장 중요하며, 그 다음으로는 그런 자식을 낳아주는 암컷이 중요하고, 암컷의 번식을 돕는 수컷은 비교적 덜 중요하다.

최재천<서울대 생명과학부 교수>

→43면'사회생물학'으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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