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ITOR’S LETTER]햄스터의 도전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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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3호 02면

집에서 햄스터를 한 마리 키우고 있습니다. 분홍색 철장 속에서 심심할 때마다 플라스틱 쳇바퀴를 돌리는 것이 녀석의 일이죠. 며칠 전 늦은 밤이었습니다. 책을 읽다가 시끄럽게 삐걱대는 소리에 무심코 눈길을 주었는데, 순간 돌아가는 쳇바퀴 속에 녀석이 보이지 않았습니다. 아니, 뭐야, 어떻게 된 거지. 녀석은 글쎄, 바닥에 떡 하니 누워서 쳇바퀴를 돌리고 있었습니다. 뒷다리는 허공을 향한 채 앞다리를 박지성 선수처럼 휘저으며 신나게 돌리고 있었습니다. ‘이렇게 바퀴를 돌릴 수도 있구나. 요러니 좀 쉽네-.’ 새로운 바퀴 돌리기 비법을 터득한 햄스터의 표정이 의기양양해 보였습니다.

저로선 충격이었습니다. 햄스터는 쳇바퀴 속에서 바퀴를 돌려야 한다는 편견이 내동댕이쳐지는 느낌이었거든요.마침 책에서 이런 대목에 줄을 치고 있던 참이었습니다. 생각이 바뀌면 삶이 바뀐다. 남들이 ‘걸림돌’이라 생각하면 나는 ‘디딤돌’이라 생각해 보자. 현실을 ‘걱정’하지 말고 ‘인정’하자. ‘한탄’하지 말고 ‘감탄’하자. ‘발끈’하기 전에 ‘질끈’ 눈을 감자.” (『지식 생태학자 유영만의 다르게 생각하면 답이 보인다』 교보문고) 햄스터도 매일 반복되는 현실이 지겨웠겠죠. 삶의 새로운 방식을 스스로 찾아낸 햄스터가 기특해 보너스 식사를 듬뿍 주었습니다.

이제 7월입니다. 뜨거웠던 2010년도 절반이 지나가고 새로운 절반이 시작되었습니다. 당신의 새로운 시작은 어떻습니까. 그 남다른 시작에 건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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