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 발생 후 354만 배럴 유출 추정 태안의 45배 … 지금도 계속 새나와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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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3호 04면

지난 4월 20일 오후 10시. 남부 루이지애나주 베니스 남동쪽 45마일 떨어진 멕시코만 바다 위에서 작업 중이던 석유 시추시설 ‘딥 워터 호라이즌’에서 폭발 화재가 발생했다. 사고가 난 유정은 영국 석유 메이저사인 BP가 스위스 해양 굴착업체 ‘트랜스오션’ 소유의 시추시설을 임대해 석유를 시추하던 곳이다. 사고는 유정에서 갑자기 발생한 압력으로 폭발을 막아주는 장치가 작동하지 않아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 사고로 현장에서 작업 중이던 근로자 11명이 사망했다.

사상 최악의 멕시코만 원유 유출 사건은

사고 후 지금까지 유출된 원유량은 206만5000~354만 배럴이다. 2005년 서해안 태안반도에서 유출된 원유량이 7만8000배럴인 것을 감안하면 무려 45배나 많은 양이 이미 유출된 것이다. 유출된 기름띠는 현재 루이지애나주와 미시시피·앨라배마 해안을 거쳐 펜서콜라 등 플로리다주 서부 해안까지 도달했고, 지금 이 시간에도 확산하고 있다.

심각한 것은 멕시코만 원유 유출이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원유 유출 차단 작업을 진행하는 BP는 지난달 16일 두 번째 소형 차단 돔 설치 작업에 들어갔다. BP 측은 소형 차단 돔을 설치하면 7월 말까지 하루 8만 배럴의 유출 기름을 회수할 것으로 예상한다. 전문가들은 원유 유출 지점보다 깊은 곳에 감압 유정 굴착에 성공해야 유출을 완전히 막을 것으로 전망한다. 하지만 이는 8월 말께 완료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사태가 수습되어도 환경 복구에는 10여 년 이상이 걸릴 것으로 보여 원유 유출 피해 사례는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할 전망이다. 허리케인도 변수다. 6월 말부터 8월 초 사이에 발생하는 허리케인이 멕시코만을 통과할 경우 기름띠가 내륙 지역까지 퍼져 최악의 피해를 낼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멕시코만 원유 유출 사고 피해 규모는 7500억 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2005년 카트리나 피해액 1250억 달러의 6배에 달하는 액수다.

특히 플로리다주는 미국 최고의 여름 휴양지로 연간 8000만 명의 관광객이 몰려든다. 주민 100만 명이 관광업에 종사해 연간 600억 달러를 벌어들이고 있다. 주 전체 세입의 21%가 관광 수입이다. 원유 유출로 관광 예약이 취소되면서 20만 명이 일자리를 잃었고 20억 달러의 피해가 발생했다. 운송 피해도 잇따르고 있다. 미시시피강 하류는 옥수수·콩·밀 등 연 5000만t이 넘는 곡물 수출 통로다. 그러나 원유 사태로 물류 운송이 지연되고 있다. 원유 유출 사태는 피해 지역을 넘어 미국 경제에 막대한 피해를 끼치고 있다.

해산물 피해는 더욱 심각하다. 멕시코만 일대는 각종 희귀 해양생물 서식지인 동시에 새우·게·굴 등 연안 어종이 많이 잡히는 어업 중심지다. 특히 굴은 미국 내 소비량의 67%가 이곳에서 생산된다. 원유 유출 이후 이런 해산물 가격이 급등하고 있다. 멕시코만 사태 발생 후 새우 가격은 40% 이상 폭등해 파운드당 7.50달러에 이르고 있다. 대하 가격도 사태 전과 비교해 19% 이상 올랐으며 바닷가재 가격도 급등하는 추세다. 전미수산과학원(NFI)은 원유 유출 이후 굴과 새우 등 수산물 가격이 전국 평균 30% 이상 상승했다고 발표했다. 전국 해산물 레스토랑 체인인 레드랍스터는 7월 중순 굴의 판매를 중단할 것으로 보인다. 지속적인 해산물 가격 상승 전망에 따라 식당과 식품회사들은 싱싱한 음식재료 사재기에 나설 것으로 예상돼 앞으로 해산물 가격 추가 상승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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