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회 하루 전인 1일까지도 교과부와 정문술 이사장은 정관 변경과 이사 교체 등을 놓고 충돌했다(본지 7월 2일자 8면). 하지만 이날 오전 양측은 정관은 변경하되 지난달 30일자로 임기가 만료된 정 이사장 등 두 명의 이사 교체 없이 투표를 하기로 전격 합의했다.
교과부 고위 관계자는 “이번과 같은 총장 선출 방식이 바람직한 것은 아니다”며 “정 이사장의 입장이 강경해 계속 끌어봤자 갈등 양상으로만 비칠 것 같아 접점을 찾았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교과부와 이사회의 이면합의 의혹이 일고 있다. 일각에서는 “서 총장이 2년만 연임하고 사퇴키로 교과부와 이면합의했다”는 설이 나돌고 있다. 임기가 끝난 두 명의 이사 교체는 15일에 이뤄지며 정 이사장은 이날 사임했다.
연임에 성공한 서 총장은 “무엇이 문제인지 알았고 해결할 수 있다”며 "귀를 열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적지 않은 문제점을 드러냈다. 서 총장은 4년간 ▶교수 정년보장 심사 강화 ▶성적 부진 학생 등록금 징수제 등 개혁정책을 펼쳤지만 교직원들과 소통이 없어 ‘독불장군’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교수·학생들의 연임 반대 여론이 거세 진통이 예상된다.
◆객관성 부족한 총장 선출 시스템=교과부 감독을 받는 정부출연연구기관인 KAIST의 총장 선출 방식은 복잡하다. 교수협의회와 총장후보발굴위원회는 후보감을 고른 뒤 총장후보선임위에 추천한다. 후보선임위는 이사 두 명과 이사장이 지목한 외부 인사, 교과부 인사, 교수협의회장 등 5명으로 구성돼 있다.
후보선임위가 후보를 3명 이하로 압축해 이사회에 올리면 이사회가 선출하도록 돼 있다. 그러나 후보선임위는 서 총장 포함 여부를 놓고 갈등을 빚다 후보 5명을 모두 이사회에 올렸다. 서 총장이 연임한 배경에는 ‘친서남표’로 구성된 이사회가 결정적이다. 이사 18명은 모두 2006년 7월 이후 그의 재임 기간 중 구성됐다.
과학계의 한 인사는 “이사 한 명의 임기(3년)가 끝나면 이사회에서 후임자를 추천해 임명하는 구조로 돼 있다 보니 대부분 총장에게 우호적인 인사가 들어간다”며 “독선적인 학교 운영에 제동을 걸지 못하고 총장 선출 시 객관성도 부족하다”고 비판했다.
심재우·이원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