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남표 총장 연임 성공 … 선출 시스템 논란 남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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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남표(74·사진) KAIST 총장이 KAIST 개교 39년 만에 처음으로 선출 총장 연임에 성공했다. KAIST는 2일 서울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이사회를 열어 제14대 KAIST 총장으로 서 총장을 선임했다고 밝혔다. KAIST 이사회는 ‘총장후보선임위가 후보를 압축 못 하면 이사회가 직접 선출할 수 있다’는 내용의 정관을 개정한 다음 5명의 총장 후보를 놓고 투표에 들어갔다. 19명의 이사 중 투표권이 없는 서 총장을 제외한 18명이 투표한 결과, 서 총장은 과반(10명)을 넘는 16표를 얻어 당선됐다. 서 총장은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의 승인을 거쳐 14일부터 2014년 7월 13일까지 4년간 연임하게 된다.

이사회 하루 전인 1일까지도 교과부와 정문술 이사장은 정관 변경과 이사 교체 등을 놓고 충돌했다(본지 7월 2일자 8면). 하지만 이날 오전 양측은 정관은 변경하되 지난달 30일자로 임기가 만료된 정 이사장 등 두 명의 이사 교체 없이 투표를 하기로 전격 합의했다.

교과부 고위 관계자는 “이번과 같은 총장 선출 방식이 바람직한 것은 아니다”며 “정 이사장의 입장이 강경해 계속 끌어봤자 갈등 양상으로만 비칠 것 같아 접점을 찾았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교과부와 이사회의 이면합의 의혹이 일고 있다. 일각에서는 “서 총장이 2년만 연임하고 사퇴키로 교과부와 이면합의했다”는 설이 나돌고 있다. 임기가 끝난 두 명의 이사 교체는 15일에 이뤄지며 정 이사장은 이날 사임했다.

연임에 성공한 서 총장은 “무엇이 문제인지 알았고 해결할 수 있다”며 "귀를 열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적지 않은 문제점을 드러냈다. 서 총장은 4년간 ▶교수 정년보장 심사 강화 ▶성적 부진 학생 등록금 징수제 등 개혁정책을 펼쳤지만 교직원들과 소통이 없어 ‘독불장군’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교수·학생들의 연임 반대 여론이 거세 진통이 예상된다.

◆객관성 부족한 총장 선출 시스템=교과부 감독을 받는 정부출연연구기관인 KAIST의 총장 선출 방식은 복잡하다. 교수협의회와 총장후보발굴위원회는 후보감을 고른 뒤 총장후보선임위에 추천한다. 후보선임위는 이사 두 명과 이사장이 지목한 외부 인사, 교과부 인사, 교수협의회장 등 5명으로 구성돼 있다.

후보선임위가 후보를 3명 이하로 압축해 이사회에 올리면 이사회가 선출하도록 돼 있다. 그러나 후보선임위는 서 총장 포함 여부를 놓고 갈등을 빚다 후보 5명을 모두 이사회에 올렸다. 서 총장이 연임한 배경에는 ‘친서남표’로 구성된 이사회가 결정적이다. 이사 18명은 모두 2006년 7월 이후 그의 재임 기간 중 구성됐다.

과학계의 한 인사는 “이사 한 명의 임기(3년)가 끝나면 이사회에서 후임자를 추천해 임명하는 구조로 돼 있다 보니 대부분 총장에게 우호적인 인사가 들어간다”며 “독선적인 학교 운영에 제동을 걸지 못하고 총장 선출 시 객관성도 부족하다”고 비판했다.

 심재우·이원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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