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속의 한국신문'과 그 책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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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중앙일보 홍석현(洪錫炫) 회장 겸 발행인이 세계신문협회(World Association of Newspapers) 정기총회에서 2년 임기의 회장에 선임됐다. WAN은 세계 1백13개국 1만8천여 언론사를 대표하는 이름 그대로 세계의 신문협회다.

따라서 WAN 회장 취임은 언론인 개인으로서뿐만이 아니라 한국 신문의 영광이 아닐 수 없다. 더구나 54년 WAN 역사상 아시아 지역 회장은 이번이 처음이어서 높아지는 한국의 국제적 위상과 아시아의 무게를 실감케 한다.

이번 총회의 주제 '불확실성 시대의 신문의 진로'가 시사하듯 세계 신문업계는 두 가지 큰 도전에 직면해 있다. 정치권력으로부터의 부당한 간섭과 탄압에 맞서 언론자유를 수호하고 신장시키는 과제가 그 하나다. 또 전파매체에 맞서 종이신문의 영역을 지키면서 인터넷상의 수익모델로 접목시켜 뉴미디어로 도약하는 산업상의 과제가 다른 하나다.

언론자유에 대한 위협과 침해, 특히 합법을 가장한 권력의 교묘한 탄압은 갈수록 늘고 있다.공교롭게도 아시아 지역에서 특히 심하고, 부끄럽게도 한국은 국제언론인협회로부터 '언론탄압 감시국'으로 지정돼 국제적 감시까지 받고 있는 처지다.

이런 상황에서 아시아 지역, 특히 한국의 신문 발행인이 WAN 회장에 선임된 것은 결코 우연만은 아니라고 본다.

더구나 洪회장은 당국의 표적 세무조사 결과 구속되는 고초까지 겪었다. 따라서 그의 회장 추대는 한국 및 아시아 지역의 언론상황을 세계 신문인들이 주목하고 있으며, 그의 다양한 국제경험과 언론자유의 확고한 신념을 바탕으로 언론의 자유보장을 통한 정치적 민주화의 구현 노력이 그에게 주어진 책무라고 풀이할 수 있다.

중앙일보는 이미 '아시아 프레스 포럼'의 연례 개최를 통해 이 지역 신문인들과 유대·협력관계를 착실히 다져오고 있다. 앞으로 이런 노력은 가속될 것이며 이 지역 사회의 이질성과 다양성을 존중하면서 언론자유 신장과 신문산업 선진화를 통해 아시아의 목소리를 높여나가는 데 더 한층 진력할 것이다.

이번 WAN 회장 취임을 계기로 한국 신문의 세계화, 세계 속의 한국 신문으로 국내 신문들을 거듭나게 하는 데 중앙일보가 앞장설 것을 다짐한다. 도토리 키재기식 '우물 안 1등 경쟁'이 아니고 보다 정확하고 깊이있는 공정한 보도, 균형과 대안제시와 책임이 따르는 세계 속의 일류신문을 지향해 나갈 것이다.

더 이상 권언유착이나 언론사 표적 조사라는 불미스러운 말들이 나와서는 안된다. 한국 언론의 국제적 위상에 걸맞게 정부 당국 또한 언론과의 '건강한 긴장관계' 유지에 이해와 협력을 아끼지 말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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