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애널리스트 등에 정보 알려줄땐 증시에 동시 공시 의무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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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9면

상장·등록기업들은 8월께부터 증시 애널리스트나 펀드매니저, 외국인 등에게 주가에 영향을 미칠 기업 내용을 알릴 경우 국내 일반 투자자들에게도 동시에 공시해야 한다.

금융감독원 고위 관계자는 27일 "기업의 주요 정보가 IR(기업설명회)라는 명분 아래 펀드매니저나 외국인 등에게 너무 편중되고 있다는 지적에 따라 기업 정보의 비 대칭성 해소 방안을 마련 중"이라며 "기업과 증권업계의 의견을 수렴한 뒤 공청회를 거쳐 3분기 중 실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증권거래소 정원구 상장공시부장도 "당초 내년 이후 장기 추진과제로 검토했지만, 최근 공정한 기업정보 공시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이 부쩍 높아져 앞당겨 시행하게 될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 제도가 도입되면 애널리스트나 펀드매니저 등은 기업으로부터 실적·사업계획·증자·외자유치·합병·분할·대규모수주 등 주가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 정보를 미리 입수할 수 없게 된다. 그 대신 증권거래소·코스닥시장 등의 공시 기능이 기업정보의 주요 발표 창구로 자리잡게 될 전망이다.

증권업협회 관계자는 "앞으로 애널리스트는 공시를 통해 공개된 자료를 근거로 분석하고 전망해야 한다"면서 "애널리스트는 정보 입수능력보다는 분석 능력으로 경쟁하게 됐다"고 진단했다.

그러나 애널리스트 보고서를 일반 투자자들에게도 동시에 공표하는 것은 이번 공시제도 개선 내용과 상관없다는 게 증권당국의 설명이다.

금융감독원 이상호 증권감독국장은 "증권사의 애널리스트 보고서는 원래 기관이나 외국인 등 큰손 고객들을 끌기 위한 서비스 상품"이라며 "많은 돈을 들여 만든 제품을 모든 투자자들에게 무료로 배포하라는 것은 자선사업을 하라는 것과 똑같은 요구"라고 지적했다. 이 국장은 "증권사가 특정 고객에게 배포한 분석 보고서를 나중에 일반 투자자들에게도 공개해 뒤늦게 주식을 사들이도록 유도하는 게 오히려 문제가 된다"며 "이 경우 언제, 누구에게 배포됐던 자료인지를 동시에 공개해야 한다"고 밝혔다.

김광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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