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와 손잡은 나토 뭐가 달라지나요? <북대서양조약기구> 美 주도 안보동맹서 범세계 기구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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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1. 28일 이탈리아 로마에서 역사적인 나토 정상회담이 열린다고 들었어요. 나토란 어떤 기구인가요.

나토는 우리말로 '북대서양조약기구'라고 해요.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지 4년 만인 1949년 4월 4일 미국 워싱턴에서 구성됐습니다. 북대서양을 사이에 두고 있는 미국과 서유럽 국가들이 소련 등 공산진영의 위협에 맞서기 위해 설립했어요. 그래서 '집단방위동맹체'라고 한답니다. 창설 멤버는 미국·캐나다·영국·프랑스·벨기에·네덜란드·룩셈부르크·덴마크·노르웨이·아이슬란드·포르투갈·이탈리아 등 12개국이고요. 이에 대항해 소련과 동유럽 국가들은 바르샤바조약기구(키워드 참조)를 만들었지요. 이후 52년 그리스와 터키, 55년 서독, 82년엔 스페인이 가입해 나토는 냉전시대에 서유럽을 지키는 보루 역할을 했답니다. 99년에는 폴란드·체코·헝가리가 가입해 지금은 회원국이 19개국으로 늘었어요.

2. 폴란드·체코·헝가리는 과거 나토와 적대관계에 있던 나라들 아닌가요. 그런데 어떻게 회원국이 됐나요.

90년 소련과 함께 동구 공산권이 무너지면서 나토는 심각한 고민에 빠졌답니다. 미국과 소련이 맞서는 냉전체제 아래서 나토는 존재의 의미를 갖는 것인데 냉전의 한 축이 사라졌기 때문이죠. 그래서 나토 회원국은 진로를 놓고 열띤 토론을 했어요. 논의는 크게 두 갈래인데 하나는 나토의 심화이고 다른 하나는 확대라고 할 수 있어요.

심화란 기존 동맹국간 결속을 더욱 강화해 냉전 이후의 달라진 국제안보 상황에 효과적으로 대처해야 한다는 주장입니다. 반면 확대는 회원국을 더욱 늘려 유럽 전체, 나아가 아시아까지도 아우르는 범세계적 군사·정치 협력체를 만든다는 겁니다. 폴란드 등 3개국을 회원국으로 받아들인 것은 바로 확대론을 반영한 것으로, 지금은 이 주장이 우세한 편입니다.

3.앞으로 어떤 나라들이 더 나토에 가입하게 되나요.

오는 11월 체코 프라하에서 이 문제를 결정하게 되는데 현재 발트해 3국(에스토니아·라트비아·리투아니아)과 루마니아·불가리아·슬로베니아 등 6개국은 가입이 거의 확정된 후보국가며 슬로바키아·알바니아·마케도니아·크로아티아 등은 후보국으로 올라 있답니다. 이밖에 우즈베키스탄·카자흐스탄·타지키스탄 같은 중앙아시아 국가들도 가입을 원하고 있습니다.

4. 이번에 로마에서 열리는 나토 정상회담을 왜 '역사적 회담'이라고 하는 건가요.

러시아를 사실상 나토의 회원국으로 받아들이기 때문입니다. 나토가 동구권 국가들을 회원국으로 받아들이자 과거 공산 진영의 우두머리였던 러시아는 불쾌감과 불안감을 드러냈어요. 처음에 러시아가 나토의 동유럽 확대에 강력히 반대한 것도 이 때문이죠. 그러나 나토의 확대가 거스를 수 없는 대세가 되자 자신들도 나토에 가입하겠다는 의사를 표시했어요. 그래서 이번 정상회담에서 만들어지는 것이 나토·러시아 협의회예요. 정식 회원국으로 받아들이는 것은 아니지만 사실상 회원국과 같은 지위를 부여키로 한 것이지요. 그러나 다시 나토와 러시아의 관계가 나빠질 때를 대비해 러시아가 나토의 결정에 거부권을 행사하지는 못하도록 했답니다. 마지막 비상구는 남겨둔 셈이지요.

5. 그렇다면 나토를 이제 순수한 군사동맹체로 보기도 힘들겠군요.

그렇더라도 아직은 군사기구의 성격이 강해요. 99년 나토의 유고 공습은 군사기구로서의 성격을 잘 보여줬습니다. 지금도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와 코소보, 그리고 마케도니아에 나토군이 주둔하며 작전을 벌이고 있습니다. 특히 지난해 9·11 사태 이후 나토는 조약 제5조(키워드 참조)를 발동,현재 아프가니스탄에서 작전을 수행 중입니다. 그러나 앞으로 회원국이 늘어나고 나토·러시아 협의회가 본격 가동되면 순수 군사동맹체로서의 의미가 줄어드는 것이 불가피합니다. 이 점을 유럽이 우려하고 있기도 해요.

6. 유럽이 우려를 한다는 게 무슨 뜻이죠.

한마디로 나토가 유럽안보협력기구(OSCE·키워드 참조) 같은 '토론기구'로 전락한다는 것이죠. 회원국 수가 늘어나면 지금처럼 만장일치로 의사를 결정하기가 어렵겠지요. 역사·문화적 배경은 물론 소득수준이나 무기체계, 그리고 지정학적 이해가 다른 국가들이 대거 회원국이 되면 나토가 토론만 무성하고 신속한 결정을 내리지 못하는 정치기구로 전락한다는 게 유럽측의 우려입니다. 이 때문에 유럽에선 나토의 급속한 확대에 반대하는 여론이 높아가고 있어요. 그러나 미국은 나토의 확대에 적극적이어서 이 문제로 미국과 유럽 관계가 다소 삐걱거리고 있어요.

7. 왜 미국은 나토를 확대하려고 하나요.

전략적인 이유가 크다고 봐요. 루마니아와 불가리아가 나토 회원국이 되면 헝가리에서 그리스 사이의 공백이 메워집니다. 이렇게 되면 미군 전투기들은 이들 지역의 공군기지를 사용할 수 있고 발칸지역도 직접 통제권에 둘 수 있게 됩니다. 우즈베키스탄 등 중앙아시아 국가도 같은 의미에서 효용가치가 있는 거고요.

보다 근본적으론 미국이 유럽을 견제하기 위해 '물타기'를 하려 한다는 음모론적 시각도 있어요. 즉 미국이 유일 초강대국의 지위를 계속 유지하기 위해 나토를 결속력이 약한 정치기구로 만들려 한다는 거지요. 이에 맞서 유럽연합(EU)이 정치통합을 가속화하고 유럽군(키워드 참조)을 확충하는 등 독자적인 안보·방위체제를 확립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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