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차, 노조 전임자 204명 무급휴직 발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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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태희 노동부 장관

타임오프제(유급 근로시간면제) 시행 첫날인 1일 산업 현장 곳곳에서 갈등을 빚었다. 특히 민주노총 산하 사업장을 중심으로 노사대립 수위가 올라가고 있다. 노·정 대립 속에 일부에선 노·노 갈등양상도 나타나고 있다. 민주노총은 이날 서울 정동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파업을 포함한 모든 수단을 사용해 노조를 장악하려는 시도를 무력화할 것”이라며 “7~8월 내내 타임오프 무력화 투쟁에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임태희 노동부 장관은 “타임오프를 문제 삼는 곳은 대부분 민주노총 사업장”이라며 “민주노총도 법과 규정을 지키면서 당당한 노조활동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임 장관은 “노사 간 이면합의가 적발되면 초기에는 자율 시정 기회를 주겠지만 시정명령이 이행되지 않으면 법대로 처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노동부는 타임오프제에 어긋나는 각종 부당 노동행위를 집중적으로 단속하기 위해 전국 지방노동관서에 ‘전임자·복수노조 이행 점검단’을 운영하기로 했다.

◆노조전임자 무급휴직 처리=기아자동차는 1일 업무에 복귀하지 않은 노조 전임자와 임시상근자 204명에 대해 무급휴직 발령을 냈다. 타임오프제에 따른 노조 전임자 상한선인 19명의 명단을 노조가 30일 오후까지 알려주지 않자 법대로 한 것이다. 기아차 측은 “기존에 노조활동을 하고 급여를 지급받던 노조 간부 234명 중 현장 업무에 복귀한 30명을 제외한 204명에 대해 무급휴직 발령을 냈다”며 “이들이 7월 현장 업무에 복귀하지 않으면 회사로부터 월급을 받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노조 관계자는 “노동계의 입장이 전혀 반영되지 않은 타임오프제는 받아들일 수 없다”며 “조합원들이 쟁의행위에 대해 찬성한 만큼 쟁의대책위원회에서 대책을 논의하겠다”고 말했다.

27명의 노조 전임자를 11명으로 줄여야 하는 대우조선해양은 이날 오전 노사 협상을 가졌지만 결렬됐다. 노조는 27명 현행 유지를 요구하고 있고 회사는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대우조선 관계자는 “이달부터 전임자 11명 월급만 준다는 방침”이라며 “하지만 7월 임금을 8월 7일에 지급하므로 그 이전까지 최대한 노조를 설득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델파이·대동공업·상신브레이크 노조 등 전국금속노조 대구지부 산하 9개 노조 소속의 조합원 2000여 명은 타임오프 갈등 등으로 말미암아 이미 부분파업을 벌이고 있다. 조합원 4만5000명으로 단일 사업장 최대 규모인 현대자동차 노조는 타임오프제에서 다소 비켜서 있다. 노조 전임자를 232명에서 24명으로 대폭 줄여야 하지만 기존 단협이 내년 3월 31일까지 유효하기 때문에 아직 시간이 남아 있다.

◆노동연대 “타임오프 받아들여라”=올 3월 출범한 제3노조 세력인 ‘새희망 노동연대(공동의장 오종쇄 현대중공업노조위원장, 정연수 서울지하철노조위원장)’는 1일 타임오프제 수용을 촉구하는 성명을 냈다. 새희망 노동연대에는 전국 60여 개 노조 23만여 명이 가입돼 있다. 이 가운데 현대중공업 노조와 일부 지방자치단체, 중앙부처 공무원노조 등은 타임오프 한도 내로 노조 전임자를 줄이기로 했다. 새희망 노동연대는 성명에서 “타임오프제는 현장에서 반드시, 제대로 정착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노동계는 대정부 투쟁을 중단하고 구태의연한 총파업 배수진과 결사투쟁을 외치며 국민을 불안하게 하는 행위는 거둬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정부와 사용자는 노조에 대해 파트너이자 동반자라는 인식을 가져야 하며 노동계를 무력화하려 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김기찬·염태정 기자

◆타임오프=타임오프는 회사가 임금을 줄 수 있는 노조 전임자의 규모를 정하고, 그 외에는 원칙적으로 임금을 주지 않는 제도다. 근로시간면제심의위원회는 유급 전임자 수 상한을 기업별로 조합원 수에 따라 0.5~24명으로 확정하고, 1일부터 시행에 들어갔다. 이에 따라 대기업 노조의 전임자 수가 대폭 줄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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