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광재 “무리 않고 합리적 처신할 것”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4면

이광재 강원지사는 체어맨 승용차를 타고 1일 오전 8시50분 도청 현관에 도착했다.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1, 2심에서 유죄가 선고돼 1일 0시부로 지사의 직무가 정지됐으나 강원도는 취임식에 필요한 의전이란 이유로 관용차를 제공했다. 강기창 행정부지사 등의 영접을 받은 이 지사는 2층 지사 집무실에 도착했다. 책상 위에는 향나무로 만든 ‘강원도지사 이광재’란 명패가 있었다.

취임식 일정을 보고받은 이 지사는 간부들과 충렬탑을 참배한 뒤 취임식장인 춘천문화예술회관에 도착했다. 조순 전 부총리와 정세균 민주당 대표, 손학규 민주당 상임고문, 백원우·최재성·서갑원 민주당 의원 등이 축하객으로 와 있었다. 강금실 전 법무부 장관과 장하진 전 여성부 장관, 배우 명계남·최종원씨의 모습도 보였다. 10시2분쯤 노무현 전 대통령 부인 권양숙 여사가 도착했다. 이 지사는 취임사를 하기에 앞서 권양숙 여사에게 박수를 보내 줄 것을 참석자들에게 요청했다. 곧 환호와 함께 박수가 쏟아졌다. 이 지사는 ‘행복한 강원도’를 만들겠다는 내용의 취임사를 했다. 그는 “시련의 한가운데 있지만 반드시 이겨내겠다”고 말해 박수를 받았다.

취임식 후 도청 앞 식당에서 진행된 기자회견에서 이 지사는 “새로운 것을 시작하다 보니 어려움을 많이 겪는 것 같다”며 ‘대붕역풍비(大鵬逆風飛), 생어역수영(生魚逆水泳)’을 인용했다. 큰 새는 바람을 거슬러 날고, 살아 있는 물고기는 물길을 거슬러 헤엄친다는 뜻이다. 이 지사는 “그렇다고 역류하는 것이 아니라 연어가 알을 낳을 때 거슬러 올라가는 것처럼 순리대로 살아가는 것”이라며 “직무정지에 무리하지 않고 합리적으로 처신하겠다”고 덧붙였다.

점심 식사 후 이 지사는 민병희 강원도교육감 취임식에 참석한 뒤 언론사 등 기관을 방문했다. 강원도는 2일 이 지사와 강원도청 하위직 직원과의 상견례 때까지만 관용 차량을 제공할 방침이다. 한편 맹형규 행정안전부 장관은 이날 오후 “이광재 지사가 법에 의해 지사직 수행을 못 하게 된 점을 가슴 아프게 생각한다. 도정에 공백이 없도록 적극적으로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춘천=이찬호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