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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진 기자의 오토 살롱] 세계 1위 꿈꾸는 폴크스바겐 그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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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9면

‘딱정벌레(비틀) 차’로 유명한 독일 폴크스바겐 그룹이 생산량 세계 1위 등극 꿈을 키워나가고 있다. 올해 상반기 세계 판매 350만 대(추정치)로 도요타를 꺾고 GM에 이어 세계 2위에 올라섰다. 2018년이면 연간 1100만 대 판매로 세계 1위를 자신하고 있을 정도다.

폴크스바겐은 1937년 아돌프 히틀러의 명령에 의해 독일 중북부 니더작센주 볼프스부르크에서 설립됐다. 처음엔 ‘독일 국민차 준비회사’로 출발했으나 이듬해 9월 폴크스바겐으로 명칭을 변경했다. 독일어로 ‘국민차’란 뜻이다. 천재 기술자 페르디난트 포르셰 박사는 비틀(Beetle)을 개발한다. 비틀은 2000년대 단종될 때까지 전 세계에서 2150만 대가 팔렸다. 시간당 최대 100대가 넘는 비틀을 생산했던 볼프스부르크 공장은 아직도 전체주의의 냄새를 풍기는 듯하다. 빛이 바랜 붉은 벽돌로 지은 공장 외벽은 우중충한 느낌이다. 높이 50m의 굴뚝은 거대한 대포를 연상시킨다.

폴크스바겐의 약진은 1965년 아우디의 전신인 아우토 유니온과 NSU를 합병하면서 시작됐다. 74년에는 비틀의 뒤를 이어 소형차 골프가 출시된다. 35년간 2700만 대가 팔렸다. 현재까지 생산되는 모델 중에서는 코롤라 다음의 기록이다.

2000년대 폴크스바겐의 도약에는 멀티 브랜드 전략이 주효했다. 핵심인 폴크스바겐을 비롯, 프리미엄인 아우디·벤틀리와 최고급 스포츠카인 부가티·람보르기니, 대중차인 세아트·스코다, 대형 트럭인 스카니아와 폴크스바겐 상용차, 지난해 인수한 포르셰까지 모두 10개 브랜드를 거느린다. 여기서 나오는 모델 숫자만 무려 190여 개다. 소형차부터 대형차, 1000만원 이하 저가차부터 수십억원의 최고급차, 트럭 등 전 차종을 커버한다. 세계 어떤 자동차 업체도 구성하지 못한 포트폴리오다. 올 상반기에는 스즈키 지분 20%를 인수하며 전략적 제휴를 맺었다. 경차까지 폴크스바겐 우산 아래 넣은 셈이다.

더구나 브랜드 간 뚜렷한 차별화를 통해 190여 개 모델 간에 판매 간섭이 거의 일어나지 않는다. 하나의 플랫폼(섀시와 동력장치)으로 프리미엄부터 대중차까지 만들지만 디자인과 상품 기술을 바탕으로 제각각 다른 차로 변신한다. 그룹 내 경영 잡음을 없애는 강력한 리더십도 빼놓을 수 없는 경쟁력 요소다. 포르셰 박사의 외손자인 페르디난트 피에히 이사회 의장은 1m65㎝ 단구에도 카리스마가 넘친다. 지난해 이종 사촌인 볼프강 포르셰 회장과 포르셰 인수를 놓고 격전을 치렀지만 피에히의 완벽한 승리로 끝났다. ‘핏속에 휘발유가 섞인 사람’이라는 소리를 들을 정도로 타고난 엔지니어였던 피에히는 사생활에서는 세 번 이혼에 14명의 아이를 둔 편력으로 유명하다.

김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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