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선거 조용한 유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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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대전지역 구청장 출마 예정자인 A씨는 후보 등록을 하루 앞둔 27일까지도 선거운동 전략을 확정하지 못했다. 유권자들의 관심이 온통 월드컵에 쏠려 한국팀의 승패에 따라 선거운동이 달라져야 하기 때문이다.

지난 26일 프랑스와의 평가전에서 우리팀이 선전하는 등 월드컵 열기가 한껏 달아오르자 6·13 지방선거 출마자들이 '월드컵 민심'을 잡기 위한 선거운동 묘안을 짜내느라 고심하고 있다.

각 후보들은 "이번 선거 결과는 월드컵을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달렸다"고 입을 모은다.

이에 따라 후보들은 다음달 4일과 10일의 한국팀 경기를 비롯, 우승후보 등 주요 팀의 경기시간대에 전화 홍보와 가두유세를 자제키로 했다. 경기에 빠져있는 유권자들의 기분을 거스르지 않기 위해서다.

충북 청주시장 후보 중 한명은 군중들이 모일 시내 대형 전광판 앞에서 승리를 기원하는 촛불 이벤트로 선거운동을 대신키로 했다. 모 정당의 부산시장 후보는 소리가 나지 않는 수화 혹은 조용한 목소리로 지지를 호소할 계획이다.

월드컵 복장 등을 활용한 선거운동 아이디어도 백출하고 있다. 한 서울시장 선거캠프는 축구공 모양으로 후보 심벌을 만들고 축구계 원로 스타를 지원유세에 내세울 예정이다.

선거운동원 복장 통일을 금지한 현행 선거법에 따라 청주시장에 나서는 한 후보측은 월드컵 본선 출전 32개국 팀의 유니폼을 나눠 입고 가두 캠페인을 벌이기로 했다.

조한필·안남영·백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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