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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분양가 책정 '고무줄'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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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8면

최근 주택업체들이 용인 죽전지구에서 아파트를 분양하면서 분양가를 비싸게 책정해 많은 이익을 챙겼다는 건설교통부의 발표를 둘러싸고 논란이 일고 있다. 이는 분양가를 제대로 공개하지 못하는 시스템 때문에 생긴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분양가를 정하는 요소는 뻔하다. 땅값과 건축비·설계비·감리비·일반관리비 등에다 모델하우스 신축·운영비, 광고·홍보비 등 부대비용을 더하고 세금과 업체 이윤을 포함하는 것이다.

땅값 산정에서 정부·시민단체와 업계의 의견이 엇갈린다. 죽전아파트 분양가도 정부와 업계가 땅값 산정을 완전히 달리하고 있는 데서 문제가 생겼다. 땅은 어떻게 샀느냐, 보유기간이 얼마나 되느냐에 따라 원가에서 많은 차이가 생긴다.

죽전지구 건영아파트의 경우 지난 1994년 죽전 일대 준농림지를 평당 1백20만~1백80만원에 샀으나 98년 죽전이 택지지구로 지정돼 수용당하면서 평당 33만원밖에 받지 못했다. 땅값 손실이 60%나 되는데 건교부의 분양원가 산정에는 이 부분을 고려하지 않았다고 업체는 주장한다.

건축비도 땅값에 못지 않게 많이 든다. 서울의 경우 전체 분양가의 40%에 가까운데 98년 분양가가 자율화된 뒤 값이 마구 뛰고 있으며 같은 곳에서도 마감재에 따라 차이가 크다. 죽전지구 아파트의 경우 순공사비가 평균 평당 2백30만원 이하인데 고급화를 지향한 LG아파트는 평당 3백만원에 이르렀다. 짓기 나름이라는 것이다. 아파트를 팔기 위해 거치는 절차가 모델하우스 건립과 광고·홍보다.1천가구 분양을 기준으로 한다면 모델하우스 짓는 데만 10억~30억원이 든다. 특혜분양으로 말썽 많은 파크뷰아파트 모델하우스는 90억원이나 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모두 분양가에 포함된다.

이밖에 ▶설계·감리비로 순공사비의 5% ▶제세공과금(취득세·등록세)이 땅값의 8%선 ▶기타 잡비가 순공사비의 5%로 보면 된다. 세중코리아 김학권 사장은 "건설사 이익은 사업장마다 다르지만 대략 사업비의 10~12% 정도 보면 된다 "고 말했다.

문제는 업체들이 적정이윤 개념 없이 고무줄처럼 분양가를 산정하는데 있다.

기존 아파트값이 올라가면 업체들은 분양가도 덩달아 높인다. 지난해 말 서울 강남권 아파트가 마구 뛰자 분양가도 평당 1천5백만원을 웃돌 정도로 무섭게 올랐다.

분양시장 분위기도 중요한 요인이다. 열기가 뜨거울 것으로 예상되면 예정가보다 훨씬 높게 책정한다. 건설산업전략연구소 김선덕 소장은 "원가에 적정이윤을 붙이는 것이 아니라 시장 상황에 따라 가격을 정하는 데서 부작용이 나타난다"고 말했다.

황성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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