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엔 보보스… 한국엔 코보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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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5면

"여자는 미국 영화배우 기네스 팰트로, 남자는 톰 크루즈와 같은 몸매와 스타일. 자기 몸과 자녀 교육에 대한 투자를 아끼지 않으며 내 피부에 닿는 화장품은 최고급을 쓴다. 명품을 좋아하지만 브랜드에 대한 이해가 높아 합리적 구매를 통해 제대로 쓸 줄 안다."

제일기획이 3천5백여명의 설문 대상자 중 월 소득 4백만원 이상이며 가치관·의식주 생활·소비성향 등이 보보스에 가까운 29명을 조사한 뒤 내린 한국형 보보스족의 특징이다.

보보스란 부르주아의 물질적 실리와 보헤미안의 정신적 풍요를 동시에 누리는 미국의 새로운 상류계층으로 30~40대 청·장년층을 중심으로 최하 10만달러 이상의 연봉을 기본으로 하는 사람들을 일컫는다.

제일기획에 따르면 조사 대상자들은 자신의 취향에 따라 개조한 30~70평형대의 집에 산다. 수입차를 많이 사용하며 수입 화장품·옷·액세서리에 대한 선호도도 높다. 시계·선글라스 수집이나 음악감상 등 자신만의 독특한 취미에 열광적으로 빠져드는 기질도 있다.

그러나 제일기획은 미국의 보보스와 달리 한국의 보보스는 보헤미안적 방랑기질과 저 정신을 좀처럼 찾아볼 수 없다고 밝혔다. 또 미국의 보보스가 정보기술(IT) 등 새로운 직업군에 집중된 반면 우리의 경우 변호사·의사·대기업 간부 등 전통 엘리트 직업군에 속한 사람들이 많았다.

이외에도 미국의 보보스가 기성세대에 반대하며 자란 엘리트들이 많아 '단절된 세대'로 인식되는 반면 한국의 보보스는 엘리트였던 부모세대의 재력·가치관을 이어받은 측면이 많다.

이에 따라 제일기획은 한국에도 보보스와 비슷한 계층이 있기는 하지만 이같은 차이점으로 인해 이들을 한국형 보보스라 할 수 있는 '코보스(코리안 보보스)'로 부르는 게 바람직하다고 결론지었다.

김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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