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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변화협약 대책 더 미뤄선 안 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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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서울의 지구 정반대 편인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지난 6일부터 18일까지 유엔기후변화협약 제10차 당사국총회가 열렸다. 전 세계 180개국 정부 대표와 국제기구.NGO 등에서 6000여명이 참가해 지구온난화 문제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를 두고 열띤 논의를 벌였다.

특히 교토의정서 1차 공약기간(2008~2012년) 이후의 온실가스 감축 관련 세미나 방식을 둘러싸고 유럽연합(EU) 등 선진국은 개발도상국의 참여를 유도하는 새로운 의무부담 방식의 도출을 위한 협상의 개시로 활용하자는 입장인데 반해 개도국은 세미나에서 개도국에 대한 어떠한 의무부담이나 이행방안이 논의돼서는 안 된다는 입장으로 선진국과 개도국 간 격렬한 논쟁을 벌였다. 결국 정해진 회기를 하루 넘기면서까지 격론을 벌였던 이번 총회는 내년 5월 독일에서 '정부전문가 세미나'를 열어 1차 공약기간 이후의 방식을 논의하기로 조율하고 막을 내렸다.

우리 정부 대표단은 이번 총회에서 멕시코.스위스와 함께 우리나라가 속해 있는 환경협력그룹을 대표한 기조연설을 통해 "개도국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저해하지 않으면서 자국의 경제적.사회적 여건에 맞는 새로운 감축방식을 고려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는 우리나라가 온실가스 감축에 참여하지 않겠다는 뜻이 아니라 기후변화협약의 기본 기조인 '공통의 차별화된 원칙'을 준수하자는 것이다. 200여년 전의 산업혁명 때부터 온실가스를 배출해 온 선진국은 교토의정서 방식대로 온실가스를 줄여나가고, 짧은 경제 성장의 역사를 가진 개도국들은 경제성장을 지속하면서 온실 가스 감축에 자발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새로운 감축방식을 개발하자는 것이다.

기후변화협약은 인류의 생존과 직결돼 있는 문제인 만큼 인류가 공동으로 책임을 져야 한다는 데는 이견이 있을 수 없다. 전 세계 모든 국가가 머리를 맞대고 해결방안을 찾아야 하는 지구온난화 문제에서 우리나라만 책임을 피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더구나 우리는 선진국 그룹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국인 데다 이산화탄소(CO2) 배출량 세계 9위의 국가다. 내년부터 2차 공약기간의 감축방식에 대한 국제사회의 논의가 시작되면 의무감축에 참여하라는 선진국의 압력은 더욱 거세질 것으로 예상된다.

그렇다면 이제 남은 과제는 분명하다. 이에 대한 대응체계를 철저히 갖추는 일이다. 우리는 철강.석유화학.시멘트 등 에너지를 많이 소비하고 온실가스를 많이 배출하는 산업구조를 갖고 있다. 따라서 온실가스 의무감축에 참여하게 될 경우 산업과 경제 전반에 많은 영향을 받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부터 적극적인 대응책을 마련한다면 위기는 곧 기회가 될 수도 있다. 에너지 절약, 제품의 에너지 고효율 등급제, 온실가스 저감기술 개발, 신.재생에너지 개발 및 보급 확대, 그리고 산업구조를 친환경적으로 개편하는 등 온실가스 저감에 전력을 기울여야 한다.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선진국들은 발 빠르게 대처하고 있다. 미국은 교토의정서에 참여하고 있지는 않으나 2002~2012년 온실가스를 18% 감축한다는 목표 아래 신.재생에너지, 에너지효율 개선, 수소연료, 탄소고정기술 등 장단기 온실가스 저감기술을 개발하기 위해 50억달러를 투자하고 있다. 영국은 2000년 기후변화세를 도입해 산업부문의 전력 및 화석연료 소비에 에너지 단위를 기준으로 세금을 부과하고 있다. 일본도 98년 제정한 지구온난화대책법을 2002년에 개정해 지구온난화대책세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선발 개도국인 우리나라도 기후변화문제를 경제활동과 연계해 대응한다면 우리의 산업경쟁력을 한 단계 더 도약시킬 수 있을 것이다.

정부는 99년 국무총리를 위원장으로 하는 '기후변화협약 대책위원회'를 구성해 3년마다 '기후변화 대응 정부종합대책'을 추진하고 있다. 그동안 온실가스 저감 기반조성과 감축대책에 12개 부처에서 참여해 총 120개 과제를 추진했다. 내년부터 시작될 제3차 종합대책(2005~2007년)에서는 의무감축 협상방안 마련, 온실가스 감축 정책기반 구축, 기후변화 영향평가 및 적응대책 등을 중점 추진할 계획이다. 중요한 것은 인식의 전환이다. 기후변화협약에 대한 대비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인식을 우리 사회 구성원 모두가 갖춰야 한다.

곽결호 환경부 장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