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력 보인 이부영·천정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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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열린우리당 천정배 원내대표.이부영 의장,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김덕룡 원내대표(왼쪽부터)가 23일 오전 국회에서 2차 4인회담에 앞서 악수하고 있다. 이날 회담에선 보안법 처리문제가 집중 논의 됐다.[조용철 기자]

여야 4인 대표회담 결과를 놓고 열린우리당 강경파에게 모진 대접을 받았던 이부영 의장과 천정배 원내대표. 하지만 국회 정상화 이틀이 지나며 협상 결과에 대한 여권 내 기류가 "지도부의 유연한 정치력의 산물"이라는데 모이고 있다.

회담 후 당내가 소란했던 이유는 여당이 주장한 '협의 처리' 대신 야당이 내세운 '합의 처리'가 합의문에 들어간 때문이다. 이로 인해 한나라당의 지연 전술에 말린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왔다.

하지만 23일 2차 4인회담에서는 그동안 논의 한 번 제대로 못한 국가보안법이 의제가 됐다. 이와 별도로 각 상임위의 민생 법안 심의도 순조롭게 진행됐다. 이날 4인회담에선 앞으로는 주말에도 4인회담은 물론 모든 상임위를 풀가동한다는 합의가 나왔다. 그러자 여권 내에선 "결과적으로 실리를 톡톡히 챙겼다"는 평가가 나온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이날 "노무현 대통령이 말한 '산이 높으면 돌아가라'는 방식이 거의 적용된 협상 결과 아니냐"고 했다. 당내 반발의 불씨가 사그라진 것은 아니지만 흐름에 영향을 주기에는 갈수록 힘이 부쳐 보인다.

열린우리당 입장에서 소득은 또 있다. 몽땅 무산될 처지였던 4대 법안 중 일부라도 연내에 처리할 수 있게 됐다. 기금관리기본법 등 '뉴딜 관련' 3법도 4인회담에서 논의된다. 민생이 강조되는 시점이어서 경제 관련법은 처리 전망이 밝다.

무엇보다 파행 국회를 정상화시킨 것이 의미가 크다. '합의 처리'를 명문화함으로써 한나라당이 국회에 참여할 명분을 준 결과다.

만약 이 의장과 천 대표가 정치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밀어붙이는 데만 급급했다면 정국 표류는 불 보듯 뻔했다. 그랬다면 감내하기 힘든 부담이 고스란히 여권과 노무현 대통령에게 향했을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천 대표는 이날 "121석의 한나라당의 실체를 인정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했다.

'실체 인정'은 협상 성사의 토대이자 공존의 기술이라는 점에서 긍정적인 인식이라는 평가로 이어질 수 있다. 당내 반발에 관해선 "백번 이해한다"고만 했다.

"야당이 반발하는 상황에서 방법을 찾아야 하는 것이 정치"라고 강조한 이 의장은 이번 협상을 향후 여권의 정국운영 기조와 연계했다. 그는 "이번 협상 결과는 앞으로 여권이 점진적.실용적 개혁을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준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뉴딜 3법이 통과되면 내년도 국정 기조를 경제.국민통합.평화로 가져가는 발판이 마련된다"고도 했다.

그는 보안법과 관련, "협상 과정에서 한나라당의 의견을 충분히 반영할 수도 있을 것"이라며 "그런 만큼 연내 처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신용호 기자

사진=조용철 기자 <youngc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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