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중앙공격수 안정환 : 속도 축구로 골문 여는'변속기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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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2면

최근 한 여론조사 기관이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스포츠 스타 인기순위 1위는 안정환(페루자)이었다. 야구선수 박찬호(텍사스 레인저스)와 김병현(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이 양분하던 인기 순위 판도에 지각변동을 일으킨 것이다. 조각상을 연상케 하는 출중한 외모로 평소에도 가장 많은 팬을 확보하고 있으나 스코틀랜드와의 평가전 이후 인기가 폭등했다.

▶달라진 기량

히딩크 감독은 올해 초까지만해도 안정환에게 그리 높은 점수를 주지 않았다.

"유럽 무대에 진출하긴 했지만 벤치에 앉아 있는 경우가 많아 경기감각이 떨어진다. 내가 원하는 스타일에 맞는 축구를 하기 위해서는 체력도 달리는 편이다. 몸싸움을 꺼리는 데다 수비 가담 능력도 떨어진다."

그러나 안정환은 전·후반 90분을 소화할 수 있는 체력을 길렀고, 거한들이 버티고 선 수비수와의 몸싸움도 피하지 않았다. 현란한 드리블을 바탕으로 혼자서 모든 것을 해결하려던 예전의 모습을 버리고 날카로운 패스로 찬스를 만들어 주는 한차원 높은 축구에 눈을 떴다.

지난 16일 스코틀랜드와의 평가전은 안정환의 진면목을 볼 수 있는 경기였다. 교체멤버로 후반전에 투입된 안정환은 후반 11분 중거리 슛으로 한국의 두번째 골을 성공한데 이어 41분에는 골키퍼의 키를 넘기는 절묘한 토킥으로 쐐기골까지 터뜨렸다. 그런가 하면 윤정환의 골을 어시스트하는 등 2골·1어시스트로 자신에게 쏟아지던 비난을 깨끗이 잠재웠다. 칭찬에 인색하던 히딩크 감독도 "안정환의 스트라이커 능력을 테스트한 결과 큰 성과를 얻었다"며 만족감을 표시했다.

▶변속 기어

안정환은 최근 평가전에서 잇따라 후반전에 중앙 공격수로 교체 투입돼 한국 대표팀의 템포를 끌어 올리는 역할을 했다. 상대선수의 체력이 떨어지는 후반전, 그가 들어서면 한국 팀의 경기 속도가 더욱 빨라지는 효과가 나타난 것이다. 그래서 '변속 기어'라는 별명을 얻었다. 지금과 같은 컨디션이라면 안정환은 미드필더보다는 스트라이커로 나설 가능성이 크다.

황선홍·최용수·설기현 등이 건재하지만 후반전 변속 기어의 역할을 맡을 선수는 안정환이 적임자라는 평가다. 월드컵 본선에서도 긴머리를 휘날리며 왼손에 낀 결혼반지에 키스하는 멋진 골 세리머니를 기대할 만하다.

정제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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