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적 공황'… 외출도 꺼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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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거의 심리적 공황 상태다."

김홍업(사진)아태재단 부이사장의 변호인인 유제인 변호사가 24일 전한 홍업씨 근황이다.

자신을 둘러싼 의혹에 대한 수사가 장기화하고 언론 보도가 계속되면서 정신적, 육체적으로 상당히 황폐해졌다는 것이다.

"밤잠을 제대로 못 이루며 식사도 잘 못해 10분 이상 말하기를 힘겨워할 만큼 탈진해 있다"고 柳변호사는 말한다.

柳변호사에 따르면 홍업씨는 최근 서울 서대문구 홍은동 집과 친구가 마련해 준 강남의 한 사무실을 오가고 있다. 역삼동 개인 사무실은 두달 전쯤 폐쇄했고, 아태재단도 사실상 문을 닫아 마땅히 갈 곳이 없다고 한다.

만나는 사람은 柳변호사 외에는 오래 인연을 맺어온 한 목회자 정도가 거의 전부다.

점심을 사무실에 배달시켜 해결할 정도로 외출을 꺼리며 저녁 술자리를 끊은 지는 석달쯤 됐다.

"3월 초 차정일 특검팀 수사에서 비자금 조성 의혹이 불거진 이래 체중이 7~8㎏ 줄었다. 옷이 헐렁해지고 얼굴도 핼쓱해졌다"고 그는 홍업씨의 모습을 설명했다.

그는 홍업씨가 이달 초까지만 해도 "억울하다"고 말했으나 최근엔 "어찌됐든 내가 큰 돈을 운용해 왔다는 것만으로도 서민들이 소외감을 느꼈을 것"이라며 죄스러운 마음을 표현하고 있다고 말했다.

홍업씨는 특히 친구나 주변 사람들이 자신과의 관계를 추궁받느라 검찰에 불려다니며 사업적 어려움까지 겪고 있는 점을 상당히 마음 아파하고 있다고 한다.

아버지인 김대중 대통령이나 이희호 여사와는 가끔 연락을 주고받으면서 "걱정을 끼쳐 죄송하다"는 심경을 전하고 있다는 게 柳변호사의 전언이다.

柳변호사는 요즘 홍업씨와 매일 만나 검찰에서 출처를 의심하고 있는 20억원 이상의 돈이 정상적인 방법으로 조성됐음을 입증하는 자료들을 만들고 있다고 했다.

柳변호사는 "홍업씨가 특히 동생 홍걸씨가 구속되는 날 '내 일보다 더 가슴아프다'고 했다"면서 "요즘엔 '결론이 어떻게 나든 하루빨리 검찰 조사를 받고 싶다'는 말을 자주 한다"고 전했다.

이상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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