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수만 :'철새 낙원'거듭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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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세계적인 철새 도래지인 충남 서해안 천수만 일대에서 농약 사용과 일반인 출입이 제한되는 등 철새 보호를 위한 다양한 대책이 시행된다.

충남도는 철새들의 주요 서식처인 와룡·도당(해미)천 부근 등 3개 지역 3백30㏊를 내년부터 10년간 '생물다양성관리지역'으로 지정, 특별관리하기로 했다고 24일 밝혔다.

이에 따라 이들 지역의 농민은 농약 사용을 자제하는 등 환경 오염을 줄이는 친(親)환경농법으로 농사를 지어야 한다. 또 보리·밀 등을 심어 철새들의 먹이로 제공하고 벼를 수확한 논에는 철새들이 안전하게 쉴 수 있도록 물을 가둬두도록 했다.

친환경농법에 따른 영농비 증가와 생산량 감소 등 농민들 손실에 대해선 정부 지원을 받아 보상해줄 방침이다. 10년간 보상 예상액은 64억여원으로 추정된다.

이와 함께 도는 서산간척지 대부분을 '버드 존(bird-zone)'으로 지정,겨울철새 도래 시기인 11월부터 이듬해 2월까지 농민을 제외한 관광객 등의 출입을 금지할 계획이다. 대신 도당천 인근 2만여평에 2007년까지 철새학습관·탐조대·조수치료소 등을 갖춘 생태공원을 지어 일반인들의 철새 관광을 도울 계획이다.

충남도 관계자는 "현대영농사업소 측에 간월호 일대 모래섬과 갈대밭 제거작업을 하지 못하도록 요청했으며 앞으로도 개발사업을 최대한 자제해 철새 서식처 파괴를 막겠다"고 말했다.

서산간척지는 호수·농지 등이 넓어 가창오리·기러기·고니 등 해마다 1백78종 50여만마리의 철새가 찾고 있다. 이 가운데는 호사도요·장다리물떼새·황새·노랑부리백로 등 멸종 위기 보호조류도 57종이나 날아들고 있다.

하지만 3천82만평 가운데 1천10만평이 지난해 일반에 매각돼 개별 영농이 시작되고 서해안고속도로 개통으로 사람들의 출입이 늘어나면서 이 곳을 찾는 철새 수가 크게 줄어 환경단체들의 대책 마련 요구가 잇따랐다.

한편 한국·중국·일본 등 6개국 전문가들로 구성된 '동아시아 오리·기러기류 보호 네트워크'는 27일 서산시를 방문,서산간척지에 대한 '철새 주요 도래지 인증서'를 전달할 예정이다.

서산=조한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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