잭 니컬슨 "괴짜 노인 됐어요" 블랙 코미디 '슈미트에 대하여'로 참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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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58면

'뻐꾸기 둥지 위로 날아간 새' 등으로 아카데미상을 세 번이나 받은 성격파 배우 잭 니컬슨(65)이 모처럼 칸 나들이를 했다.

제55회 칸 영화제 경쟁 부문에 진출한 알렉산더 페인의 블랙 코미디 '슈미트에 대하여'에서 주연을 맡아 22일(현지시간) 열린 기자 회견장에 참석했다. 텁수룩한 턱수염에 선글라스를 낀 모습으로 나타난 그는 "이번 배역은 내가 지금까지 맡은 것 중 가장 매력 없고 비참한 캐릭터였다"고 입을 열었다.

그가 분한 워런 슈미트는 보험회사에서 은퇴한 뒤 무미건조한 일상을 보내는 남자다. 평생을 같이 산 아내를 보며 "내가 왜 저 여자와 한 집에 살고 있을까"라고 자문하는 슈미트는 아내가 갑자기 죽은 뒤 시덥지 않은 놈팽이와 결혼하려는 딸을 말리기 위해 여행을 떠나면서 갖가지 사건을 겪게 된다.

니컬슨은 뚱보에다 대머리에, 성격파탄에 가까운 슈미트를 연기하는 석달 동안 "차마 거울을 쳐다볼 수 없었다"고 말했다. "평상시의 자신 모습으로 다시 돌아올 수 있을지 자신이 없었다"고 엄살을 떨었다.

그는 할리우드 배우들이 실제 나이보다 가급적 젊은 역을 맡으려고 하는 것과 달리 외모나 심성이 모두 추한 괴짜 노인 역을 기꺼이, 그리고 훌륭히 소화해냈다.

97년 '이보다 더 좋을 순 없다'에서도 수도 없이 손을 씻는 결벽증 심한 소설가를 연기해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을 탄 바 있는 그는 "늘 다른 역할을 표현하는 것이 배우로서의 즐거움이자 보람"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칸에 온 소감을 묻는 취재진에게 "69년 칸 경쟁 부문에 올랐던 '이지 라이더'에 출연했던 기억이 떠오른다"며 "그 때는 열정과 의욕이 지금보다 훨씬 컸던 시절"이라고 답했다.

칸=기선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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