춤과 노래로 그려낸'야단법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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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6월 한달 동안 신촌 봉원사에 가면 불교 의식으로는 유일하게 무형문화재(50호)로 등록된 영산재(山齋)의 오묘한 세계로 빠져들 수 있다.

영산재는 매년 단오에 봉원사에서 열리던 불교의식이나 올해는 월드컵 기간에 맞춰 5월 30일부터 6월 28일까지 매일 열기로 했다.

첫날은 오전 10시부터 장장 7시간 동안 의식 전과정을 보여주며 그 후로는 오전 11시부터 1시간 30분짜리로 압축해 공연한다.

영산재란 부처님 생전에 영취산에서 법화경을 설하는 광경을 춤과 노래로 재현한 의식이다. 천신이 감동해 꽃비를 뿌리고, 새들이 부처님의 설법에 감화받아 노래하는 장면 등을 담은 것이어서 장엄하기 이를 데 없다.

부처님 열반 후 시작된 이 의식은 중국을 거쳐 삼국시대 말에 우리나라로 전래돼 고려 중기에 정착된 것으로 전해진다. 중국과 일본에도 영산재가 이어져 내려오고 있으나 우리나라와는 크게 다른 모습이다. 예전에 국사시간에 배웠던 연등회와 팔관회도 크게 보면 영산재라 할 수 있다.

역시 무형문화재인 승무와 회심곡이 영산재에 들어 있기 때문에 이 의식은 불교 의식과 예술의 집대성이라 할 수 있다.

첫날 7시간 공연에는 영산재 인간문화재인 일응 스님 등 봉원사 스님 50여명, 그리고 영산재 전문 강의기관인 법음대학에서 영산재를 배우는 스님 등 1백20여명이 출연한다.

영산재가 봉원사에서만 열리는 이유는 영산재 의식의 전 과정을 알고 있었던 스님이 이 절의 송암 스님 한 사람뿐이었기 때문이다. 이 스님은 4년 전 열반했다.

영산재는 1988년 무형문화재로 지정된 후로 매년 한 차례 단오에 공연되고 있다.

타종 및 시련(侍)·괘불이운(掛佛移運)·복청게(伏請偈)·천수바라·도량게·법고·거불(擧佛) 등의 순으로 전개되며 각 레퍼토리마다 영어·일본어·중국어로 해설해 외국인의 이해를 돕는다.

'시련'이란 4명이 운반하는 가마에 부처님을 태워 설법의 현장으로 모시는 것을 상징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복청게는 관음보살을 모셔오는 절차이고, 천수바라는 천수경의 내용을 춤으로 묘사한 것이다.

영산재의 절정은 공양하는 의식을 표현한 식당작법(食堂作法).

천수바라가 끝나면 곧바로 이어지는데 이때쯤 점심 공양시간이 된다.

신도들이 준비한 공양을 스님들이 받고, 그 보답으로 법 공양을 베푸는 일련의 의식을 말한다.

공양에 들어가기 전에 영산재의 각 레퍼토리를 짤막짤막하게 보여준다.

이 공연은 지금까지 매년 외국인 3백~4백명을 포함해 3천명 가량의 관중을 끌어모으면서 불교계 최고의 의식으로 자리잡았다.

올해도 템플스테이 등 프로그램에 참가하는 이들에게는 2만원짜리 사찰음식이 제공된다.

정명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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