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ek& Leisure] 서해안 해넘이·해돋이 명소 3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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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는 다시 떠오른다.

어제도 그랬고, 오늘도 그랬으며, 내일도 그럴 터다.

그런데도 연말이면 새해 일출을 보러

산으로 바다로 떠난다. 일년 내내

하늘 한번 제대로 바라본 적 없으면서 말이다.

똑같은 해이련만 나름대로 거창한 의미를 부여해서일 것이다. 돌아보면 회한만 쌓인 지난날.

훌훌 털어버리고 새해엔 뭔가 이루겠다는,

좀 달라지겠다는 다짐 때문이리라.

그래서 12월 31일이 되면 전국의 해돋이,

해넘이 명소는 북새통을 이룬다.

도로 곳곳은 주차장으로 변하고,

일출 감상 포인트는 인파로 북적거린다.

갑신년(甲申年) 마지막 날과

을유년(乙酉年) 첫날 사이도 마찬가지일 게다.

해가 뉘엿뉘엿 기울면 사람들은

마지막 잔광이 사라질 때까지 서편을 바라본다.

이는 묵은 감정의 찌꺼기를 해넘이에 실어

털어버리는 씻김굿이다. 눈물이 흐른다면

그 또한 카타르시스다. 이튿날 동쪽 하늘에서

불끈 솟아오르는 해를 응시하는 해맞이는

새 세상을 받아내려는 강신굿이다.

가슴을 펴고 해를 들이키듯 심호흡을 한다.

미신이든 아니든 중요하지 않다.

그저 그렇게 믿고 확신하면 그뿐이니까.

서쪽에서 해가 뜬다면?

서해안에도 해뜨는 마을이 있다.

충남 당진의 왜목마을, 서천의 마량포구,

전남 무안의 도리포는 마치 돌기처럼 도드라진

지형 때문에 해돋이를 감상할 수 있는 일출 명소다. 굳이 서해안인 이유는 상식의 파괴를 통한

변혁의 추구랄까. 마을에 따라서는

해넘이와 해맞이를 동시에 볼 수도 있다.

당진·서천·무안=손민호 기자
사진=강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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