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박물관을 사회교육 場으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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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서울에 새로운 문화명소 하나가 더 생겼다. 1980년대 중반 건립 계획이 수립돼 93년 착공된 서울역사박물관이 9년 만에 완공돼 이제 개관했다.

인구 1천만이 넘는 대도시 서울에 그 역사를 보여줄 만한 박물관이 이제야 문을 열었다는 사실에 만시지탄의 느낌이 클 수밖에 없다. 그러나 하루가 다르게 변모해가는 정보화시대에 걸맞게 새로운 설비를 갖춤으로써 오히려 많은 시민들이 최신의 정보와 자료를 접하게 되었다고 자위할 수도 있을 것이다.

세계적인 대도시로서 서울만큼 오랜 역사를 간직한 곳도 드물다고 할 수 있다. 우리가 흔히 서울의 역사를 이야기할 때 조선왕조 개국 이래 6백년의 역사를 간직한 곳으로 말하고 있다. 그러나 시대를 거슬러 올라가게 되면 이미 선사시대부터 꾸준히 우리 민족의 중추적인 문화가 꽃핀 곳이라고 할 수 있다.

이미 신석기시대 초기에 북쪽에서 내려온 빗살무늬 토기문화가 암사동이나 미사리에 정착해 대규모 취락이 이루어졌다. 그 뒤를 잇는 청동기시대와 원삼국기 시대의 생활 유적도 역삼동·가락동과 석촌동·풍납동 등 주로 서울 강남 일대를 중심으로 발견됐다.

그 뒤를 이어 이 지역이 역사의 전면에 나타나게 된 것은 바로 백제의 건국에서부터 비롯됐다고 할 수 있다. 바로 한국고고학에서 일컫는 한성시대의 시작인 것이다. 이후 백제가 웅진(지금의 공주)으로 천도하기까지 근 5백년간 서울은 고구려·신라 등 삼국의 다른 나라들과 화친과 갈등을 반복해 나가며 역사의 중심에 서있었던 것으로 생각된다.

서울은 그러나 이후 1천년 가까운 세월동안 역사의 변두리에 머물다가 조선의 개국과 함께 왕도로서 부활해 오늘에 이르게 됐다. 이렇듯 신석기시대 이후 5천년의 세월동안 흥망과 성쇠를 거듭했던 서울의 역사가 박물관에서 거듭나게 된 것은 우리 모두가 반겨야 할 경사임에 틀림없다. 이와 같이 장고한 역사 끝에 이뤄진 박물관이 시민들에게 보다 가까이 다가갈 수 있는 문화기관으로 성숙해가길 바라면서 두어 가지 제안을 하고 싶다.

시민을 위한 사회교육의 중추기관으로서 서울역사박물관의 기능은 소장 유물의 확보와 보존에서부터 전시와 교육에 이르기까지 매우 다양하다. 그러나 이곳을 찾는 많은 이들이 주로 접하는 대상은 전시실과 교육 프로그램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얼마만큼 알찬 전시품과 보조 자료를 효과적으로 전시하느냐와 교육 내용이 참가자들에게 얼마나 관심을 끌 수 있느냐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관람객들의 대부분은 비전문가들이라는 전제 아래 모든 전시와 교육이 이뤄져야 될 것이다. 따라서 그 내용이 너무 서술적이거나 주입식 위주로 치우쳐서는 안된다. 되도록 시청각과 체험 위주의 공간을 구성함으로써 모든 이들에게 흥미를 유발시켜 또다시 찾고 싶은 공간이 되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시민들이 직·간접적으로 참여할 기회가 많은 열린 박물관이 돼야 한다. 박물관회원의 명분으로, 또는 박물관 운영위원회와 같은 조직의 일원 등으로 많은 시민을 참여시켜 그들의 박물관 사랑이 나아가서는 문화재 사랑이나 문화재 기증 운동 등으로 승화되었으면 한다. 이러한 우리 문화사랑은 시민들의 의식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릴 수 있는 밑거름이 될 것이고 나아가 성숙된 국민이 돼가는 바탕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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