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 6 - 보수 10명 … 교육감들 ‘이념의 키’ 맞추는 게 관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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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1일 전국 자치단체의 교육자치 닻이 오른다. 지난달 2일 주민이 직접 뽑은 교육감이 동시에 취임하면서 ‘직선 교육감 시대’가 열리는 것이다. 이날부터 교육감들 간 경쟁도 시작됐다. 유치원부터 초·중·고 교육을 책임지며 연간 수조원의 예산을 주무르는 이들이 어떻게 일하느냐에 따라 4년 뒤 시·도 간 교육의 질에 차이가 날 수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직선 교육감이 성공하려면 선거 때 약속한 공약과 정부의 교육정책 사이에서 균형을 맞추는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16개 시·도 가운데 광주광역시는 현 교육감의 임기가 끝나는 11월 7일 장휘국 당선자의 임기가 시작된다).

자율과 경쟁이 핵심인 이명박 정부의 교육정책은 중대 기로에 서게 됐다. 직선 교육감들과 손발이 맞아야 정책을 현장에 접목할 수 있어서다. 새 교육감의 임기(4년)는 이명박 대통령의 남은 임기(2년6개월)보다 길다. 집권 후반기에 들어선 정부가 고민하는 이유다.


전체 16명의 교육감 중 6명(서울·경기·강원·광주·전남·전북)은 친전교조 성향(진보) 교육감이다. 이들은 전체 초·중·고교생 744만여 명의 57%인 430만여 명의 교육을 책임지게 된다. 이들은 선거 때 교원평가·자율고·학업성취도평가 등 정부의 핵심 정책에 반대하거나 수정하겠다는 내용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우선 민주노동당에 후원금이나 당비를 낸 혐의로 기소된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교사에 대한 징계가 갈등으로 불거질 전망이다. 곽노현 서울교육감은 “징계위원회에 외부인사의 참여를 늘리겠다”고 밝혀 징계 수위를 낮출 뜻을 비쳤다. 교원평가에서도 의견 차가 크다. 시·도교육감 규칙을 근거로 올해부터 전국 초·중·고교에서 실시 중인 교원평가에 대해 친전교조 성향 교육감들은 학부모와 동료교원 평가를 제외하겠다는 입장이다. 교육감이 규칙을 바꾸면 가능한 일이다. 이 때문에 교과부는 국회를 통해 교원평가 법제화를 서두를 전망이다. 진보교육감은 한정된 예산 가운데 무상급식 예산을 우선 확보하겠다는 방침이지만 정작 교육청 예산을 쥐고 있는 지자체나 교과부는 무상급식을 반대한다. 특히 서울·경기에선 야당이 장악한 시·도의회에 교육감이 기대를 거는 상황이다.

보수 성향으로 분류되는 교육감 10명은 대체로 ‘학력신장’ 등을 강조하고 있어 정부 정책에 공조할 분위기다. 수도권 유일의 보수 교육감인 나근형 인천교육감은 ‘학력 꼴찌 탈출’을 가장 큰 목표로 삼고 있다. 김신호 대전교육감도 학력 이력 관리시스템, 사교육비 경감 등을 내세워 정부와 궤를 같이한다. 충남 김종성 교육감은 고교평준화대책추진위원회를 꾸려 현행 평준화를 어떻게든 수정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교육감 소통 활발해야”=교육 전문가들은 선거 때 드러난 이념성향이나 지지해준 세력의 요구에 얽매이지 말고 학생·학부모의 요구에 귀를 열어 두라고 주문했다. 건국대 오성삼(교육학과) 교수는 “지지집단의 요구가 아니라 각 지역 교육 수요자들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보면서 공약의 내용과 우선순위를 재점검해야 한다”고 말했다.

경북대 박종렬(교육학과) 교수는 “자녀의 학력이 떨어지는데 좋아할 학부모는 없다” 고 말했다. 대구가톨릭대 정일환(교육학과) 교수도 “교원평가는 학부모들이 선호하므로 교육감이 이 요구를 어떻게 소화할지 고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전문가들은 정부에도 전향적인 자세를 주문했다. 일방통행식 정책이 불가능해진 현실을 인식하고 국민과 교육감을 설득해야 한다는 것이다. 가톨릭대 성기선(교육학과) 교수는 “교과부 장·차관이 교육감들과 터놓고 정책 조율을 해서 불협화음을 예방해야 불필요한 갈등이 줄어들 것”이라고 제안했다. 동국대 조상식(교육학과) 교수도 “지역별 교육자치를 하더라도 교육감협의회를 통해 전체 국가 교육정책과 조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수련·박유미·김민상 기자

교육감, 어떤 권한 갖고 있나

▶ 예산(경기도교육청 최대 약 9조원) 배분 결정권

▶특목고와 자율고 설립·지정권

▶ 신규 교장, 시·도교육청 장학관, 교육장 등 교원의 전반적 임용권

▶교원평가제 규칙 등 자치법규 입법권
- 교원평가제 관련 입법 안 돼 시·도교육청별로 규칙 만들어 시행

▶ 내신 시험방식, 전국 학업성취도 평가 실시 여부, 모의 평가 횟수 등을 결정하는 교육과정 운영권

▶고교 평준화·비평준화 결정권

▶학원 교습시간 제한 등 감독권
- ‘ 학원의 설립·운영 및 과외교습에 관한 법률’에 근거

▶공립 유치원 운영·방과후 보육 관리권
-‘유아교육법’에 근거

▶유치원, 초·중·고교를 새로 짓는 허가권

▶점심 급식 직영·위탁 방식 결정권

▶무상급식 수준 결정권

▶교과부 정책 거부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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