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적 성과보다 외형·영수증만 따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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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한국학술진흥재단은 연구자들에겐 생명줄과도 같다. 민간 지원재단이 많은 외국과 달리 우리나라는 지원을 주로 국가에 서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원방식에 대한 학계의 불만도 적지 않다. 이번 기초학문 육성 지원사업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이들의 불만은 크게 세가지.

▶관료적 규제:학계는 '관료적 규제'에 가장 큰 불만을 갖고 있다. 연구비를 어떻게 썼느냐에 초점을 맞춰 결과를 보고하는 방식에 대해 대부분의 교수들은 상당한 거부감을 갖고 있다.

"교수 개인은 거의 지원하지 않는데 마지막에 영수증을 찾느라 야단을 떨 때에는 후회가 되기도 한다"고 불만을 토로한다.

이공계와 달리 책 구입 외에 지원금을 쓸데가 별로 없는 인문사회과학 분야 학자들은 해외 자료수집 등과 같은 항목 등으로 채우기도 한다. 물론 이런 '관료적 규제'를 학계 스스로 부른 측면도 없지 않지만, 그런 경우가 극소수인 만큼 '자율적 사용폭'을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대마불사:박사학위를 많이 배출한 대학이 오륙십명의 미취업 박사학위 소지자를 참여시켜 대형프로젝트를 신청했다는 소문도 있다. 미취업 박사학위 소지자가 많이 참여할수록 채택될 확률이 높아질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그러나 많은 미취업 박사학위 소지자의 참여가 꼭 그 질을 보장하지는 않는데다, 이들을 동원하는데 불리한 지방대학의 경우 불만이 높을 수 밖에 없다. 이런 이유로 학계에선 양 위주의 심사보다 질 위주의 심사가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대학중심의 폐쇄성:연구비 지원 범위가 주로 대학에 국한돼 민간연구소가 근본적으로 배제되어 있다는 점도 지적된다. 1980년대 이후 생겨난 '학술단체협의회' 등 다양한 연구단체들이 그동안 대학이 공급하지 못한 연구 내용을 담당함으로써 우리 사회의 지적 역량을 확대하는 데 기여해 왔음에도 배제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 외에 연구와 교육이 결합된 한국정신문화연구원 등도 다른 대학과의 컨소시엄이 불가능 하다는 점 등 지나치게 대학 중심으로 지원이 이뤄지는 것이 아닌가 하는 불만이 학계에선 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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