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view &] 소비자는 변하는데 … ‘자동차도 패션’ 다양성을 키워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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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올해 초 각 나라에서 발표된 자료에 따르면, 일본 시장에서 수입차 점유율은 약 3.3%, 한국에서의 점유율은 6.3%다. 이 수치로만 봤을 때는 한국 시장의 수입차 수요는 일본을 앞서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일본과 달리 한국에선 수입차가 다양하지 않고, 일부 메이커와 모델에 집중돼 있다. 양국의 이런 차이는 자동차산업 발전 과정에서 그 원인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일본 자동차산업의 역사는 1935년 닛산의 창립자인 요시스케 아이카와(義介鮎川)에 의해 선보인 최초의 대량생산 모델 ‘닷선’에서 시작됐다. 이후 일본 자동차 메이커들은 1945년 이후 외국의 자동차회사와 기술제휴를 하고 본격적으로 시장에 뛰어들었다. 그러나 당시 일본의 자본력은 대량생산을 위한 설비를 구축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이에 일본 자동차시장은 대량생산보다는 다양한 모델 개발에 주력했다. 이 같은 흐름은 지금까지 이어져 닛산의 경우 일본 시장에서 경차에서 수퍼카까지 60여 개에 이르는 모델을 선보이고 있다. 다른 일본 업체들도 경차·왜건·해치백 등 다양한 종류의 모델을 시장에 내놓고 있으며, 소비자에게도 고른 인기를 얻고 있다.

한국 자동차산업의 역사가 시작된 것은 1955년 시발(始發) 자동차의 생산이라 볼 수 있다. 이후 경제부흥을 위해 국가적인 움직임이 일어났고, 이는 한국 자동차산업이 발전하는 데 중요한 배경이 됐다. 특히 생산성을 강조한 덕분에 한국은 단시간에 세계 5대 자동차 생산국으로 도약했다. 다양성보다 생산성을 강조한 것이 한국 자동차산업 발전의 특징이라고 할 수 있다. 이로 인해 소수의 베스트셀링 카가 한국 시장을 선도하는 형태가 된 것이다. 특히 세단에 대한 한국 소비자의 선호도는 세계적으로도 손꼽을 정도로 높다.

하지만 최근 수입차 비중이 증가하면서 한국 시장에서는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수입차 브랜드들이 가격경쟁력을 높인 세단을 연이어 선보이며, 이에 대한 수요도 급증하고 있다. 소비자들의 심리적 가격저항선이 무너지며 과거 ‘수입차=비싼 차’라는 인식이 바뀌고 있는 것이다. 이와 함께 선호모델도 다양해지고 있다.

한국에 부임한 뒤 가장 흥미로웠던 것은 일본의 소형차들을 도로에서 쉽게 접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젊은 층을 중심으로 개성을 강조한 모델이 높은 인기를 얻고 있는 것이다. 이 밖에도 쿠페·해치백·수퍼카 등 개성 강한 모델들의 수요도 꾸준히 늘고 있다. 이처럼 선호모델이 다양해지고 있다는 것은 세단 위주로 구성된 자국 메이커에 대한 갈증을 수입차를 통해 해결하고 있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한국 소비자들은 트렌드에 민감하고, 고급 콘텐트에 대한 욕구가 크다. 특히 인터넷을 기반으로 하는 빠른 정보력을 바탕으로 해외로부터 정보를 쉽게 얻고 전파하며 이를 수용하는 것에도 적극적이다. 여기에 트위터와 페이스북 같은 소셜 미디어의 등장으로 커뮤니티 기능이 국내에서 세계로 확대되면서 이러한 움직임이 가속화하고 있다. 한국 시장을 공략하는 수입차는 물론 한국의 자동차 메이커들도 앞으로는 이러한 소비자들의 변화에 주목해야 할 것이다. 소비자들은 자동차를 단순히 이동수단으로 보는 게 아니라, 자신의 개성을 대변하는 매개체로 여기기 때문이다.

나이토 겐지 닛산코리아 대표

◆나이토 겐지(48) 대표는 올해 4월 닛산코리아에 부임해 닛산과 인피니티 브랜드의 판매·마케팅·서비스 업무 전반을 총괄하고 있다. 일본 와세다대 문학사 출신으로 1985년 닛산에 입사해 닛산의 남아프리카법인 기획책임자, 일본 글로벌본사 중남미 총괄책임자 등을 거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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