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밤 운동' 낮보다 더 좋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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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9면

야간운동을 즐기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서울의 한강 둔치나 양재천, 남산 같은 주요 산책로는 걷기와 조깅, 인라인 스케이팅을 즐기러 나온 사람들로 자정 전후까지 붐빈다.경기도의 분당중앙공원이나 일산호수공원도 사정은 마찬가지. 낮엔 한산하다가 밤이 되면 사람들이 몰린다.

헬스·스포츠센터도 밤 손님이 많다. 서울 청담동 캘리포니아 피트니스센터 송수미 대리는 "퇴근 길에 들르는 직장인이 많아 하루 중 오후 8시가 피크타임"이라고 말했다. 가장 한산한 오전 10시에 비해 10배 정도 차이가 난다는 것.

야간운동이 인기를 끄는 이유는 쫓기듯 서둘러야 하는 출근 전 새벽운동보다 훨씬 느긋하게 운동을 즐길 수 있고 술도 피할 수 있기 때문. 야간운동과 관련된 궁금증들을 살펴본다.

◇야간운동은 왜 건강에 좋은가〓지금까지 운동 효율이 가장 높은 것으로 알려진 시간대는 오후 3~4시. 그러나 지난해 미국 시카고대의 연구결과 오후 7시 이후 야간운동이 오히려 낮보다 운동효율이 높은 것으로 밝혀졌다. 똑같은 양을 운동해도 밤에 하면 효과가 높다는 것.

이유는 부신피질호르몬과 갑상선자극호르몬이 오후 7시 무렵의 운동을 통해 가장 신속하게 분비량이 증가하는 것으로 밝혀졌기 때문이다. 이들 호르몬은 신진대사를 증가시키며 신체의 각성도를 높여 운동효율을 증대시킨다.

햇볕에 의한 자외선 피해를 줄일 수 있는 것도 야간운동의 장점. 나무 등 식물이 밤에 이산화탄소를 내놓으므로 야간 산행 등 야간운동이 해롭다는 것은 잘못된 상식이다.

식물이 호흡작용에 의해 밤에 방출하는 이산화탄소는 광합성에 의해 낮에 방출하는 산소에 비해 양적으로 미미하기 때문.

야간운동은 운동 후 잠 잘때 뇌에서 멜라토닌과 성장호르몬의 분비를 촉진한다. 청소년들의 경우 키를 크게 하고 성인의 경우 면역력 증강과 노화방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어떤 사람에게 권할 만한가〓늦게 자고 늦게 일어나는 이른바 올빼미형 수면습관을 가진 사람에게 좋다. 반대로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는 종달새형 수면습관을 가진 사람들은 야간운동보다 새벽운동이 권장된다.

당뇨 환자의 경우 야간운동이 좋다.대부분 아침보다 저녁을 많이 먹게 되며 저녁식사 후 야간운동은 혈당을 효과적으로 떨어뜨려 주기 때문이다. 고혈압 환자도 야간운동이 좋다. 하루 중 밤에 혈압이 가장 낮기 때문이다.

뇌졸중과 심장병을 앓고 있거나 고지혈증과 동맥경화 등 성인병 위험인자를 갖고 있는 사람도 야간운동이 좋다. 혈액을 굳게 만드는 혈소판의 기능이 가장 왕성한 때가 기상 직후이기 때문이다. 뇌졸중과 심장병을 갖고 있는 사람이 갑자기 새벽운동을 하게 되면 피돌기가 원활하지 않은 상태에서 뇌와 심장에 과부하가 걸려 위험할 수 있다.

◇효과를 극대화하는 방법은〓짧은 시간 고강도 운동은 새벽에, 긴 시간 저강도 운동은 야간에 하는 것이 좋다.

따라서 야간운동으론 구기종목처럼 격렬한 운동보다 걷기와 가벼운 조깅 등 오랫동안 할 수 있는 종목이 좋다. 일반적으론 걷기가 가장 권장된다. 운동효과 외에 하루 동안 스트레스로 지친 자율신경을 달래줌으로써 소화불량과 두통, 요통, 변비와 설사, 불면증 등 현대인에게 흔한 증상들을 효과적으로 치료할 수 있다.

운동후 약간 차가운 물로 체열을 식혀주는 샤워를 하는 것이 좋다. 야간운동 후 사우나나 온탕욕은 해롭다. 교감신경을 흥분시켜 숙면을 방해한다.

◇주의사항은 무엇인가〓야간운동은 절대 지나치게 해선 안된다. 특히 취침 1시간 전엔 운동을 마치는 것이 좋다. 심한 야간운동은 교감신경을 흥분시켜 숙면을 방해하기 때문이다. 허리가 아픈 사람은 특히 밤에 골프연습이나 볼링을 하지 않도록 한다. 척추 사이에서 쿠션 역할을 하는 디스크 속의 수분이 밤이 되면 빠져나가며 탄력을 잃어 사소한 충격에도 쉽게 손상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골프처럼 척추에 급작스런 회전운동이 가해지거나, 볼링처럼 척추가 좌우 어느 한 쪽으로 휘어지는 운동은 특히 야간에 하면 해롭다. 실내 연습장에서의 골프스윙 연습은 야간보다 새벽에 하는 것이 좋다.

야간운동 땐 조명이 너무 밝지 않은 게 좋다. 조명이 밝을 경우 멜라토닌 분비를 감소시켜 숙면을 방해하기 때문이다.

홍혜걸 의학전문기자·의사

◇도움말 주신 분〓삼성서울병원 스포츠의학센터 박원하 교수, 우리들병원 이상호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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