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차 비치 '월드컵 가이드' 슬쩍 가져가면 안돼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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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지난 일요일 서울과 대전간 새마을호 열차를 이용했다. 얼마 전 월드컵공식 가이드를 한 업체가 철도청에 기증했다는 얘기를 중앙일보에서 읽은 것이 생각났다. 평소 보고 싶은 책자여서 열차에서 읽으려고 찾았다. 그러나 내가 앉은 좌석에는 없었다. 다른 좌석을 둘러보았으나 군데군데 비어 있었다. 그 순간 내 건너편 좌석에 앉아 이 책자를 보던 사람이 내 눈치와 주위 눈치를 살피는 게 아닌가. 그러더니 슬쩍 웃으면서 가방에 책을 넣어버리는 것이었다.

기증한 목적은 월드컵 기간에 경기장 도시를 오가면서 정보를 얻고 읽을거리를 제공하기 위한 것이다.

월드컵이라는 국제적 행사를 치르는 우리 국민 의식이 이 정도밖에 되지 않는가. 기증받은 철도청도 가져가지 말라는 안내는 할 수 있으나 강제적인 제한을 할 수 없을 것이다. 기증자의 취지대로 월드컵 기간 중 승객들은 다른 사람들에게도 좋은 정보가 되도록 책을 본 뒤 제자리에 놓을 수 있는 기본적인 시민의식을 가졌으면 한다.

김준희·대전시 서구 만년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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