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드라망-더불어 사는 존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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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자연에 대한 체계적인 지식을 갖추게 되면 피상적으로 보았을 때와는 다른 모습이 드러나는 경우가 흔히 있다. 고래는 겉으로 보기에는 어류처럼 보이지만, 허파로 호흡을 하고 새끼를 직접 낳으며 새끼에게 젖을 먹이므로 포유류로 분류된다. 박쥐도 조류처럼 보이지만 포유류다.

세계 구성원 사이의 관계가 경쟁인지 아니면 협동인지에 대해서도 피상적인 이해와 체계적인 이해는 관점을 달리 한다. 동물의 세계를 보면 육식동물이 초식동물을 잡아먹는 장면이 가장 인상적으로 남는다. 이러한 피상적인 관측은 세계를 약육강식과 적자생존이 지배하는 경쟁의 체계로 이해하게 만든다. 그러나 좀 더 깊이 들여다보면 경쟁보다는 협동이 보다 지배적인 세계 구조임을 알 수 있다.

구조적인 면에서 본다면 세포 내 소기관들이 세포를 이루고, 그 세포가 근육·신경·혈관 등의 조직을 형성하고, 조직이 심장·위 등의 기관을 이루고, 이 기관이 다시 순환기·소화기 등의 계통을 형성한다. 그리고 이 여러 계통들이 개체생명으로 통합된다. 그들 각 단계에서의 서로간의 관계는 경쟁이 아니라 협동이다.

그리고 이러한 구조는 개체생명에서 그치지 않는다. 개체생명은 다시 생태계를 형성하는데, 개체생명은 생태계와 자신의 주위 환경에 의존하지 않고서는 자신의 생명을 지탱할 수 없다. 이렇게 개체생명과 환경은 서로가 서로를 지탱해주는 분리될 수 없는 전체를 형성하게 되는데, 이 최종적인 생존 단위를 장회익 교수는 '온생명'이라고 부른다.

이러한 관점에서 보면 우리가 지금까지 단순히 환경이라고 하였던 것은 '나'라는 개체생명을 포함하는 '온생명'의 일부분이 되며, 이를 '보생명'이라고 부른다. 그러면 '나'의 보생명에는 '너'가 포함되고 '너'의 보생명에는 '나'가 포함되는 상호연관과 의존의 관계가 명확히 드러나게 된다. 개체생명은 온생명의 전체 구조 속에서 보생명으로부터 생존에 필요한 것을 얻어내고 보생명과의 공존에 필요한 역할을 담당한다. 즉, 개체생명의 생존을 위한 모든 활동은 보생명과의 관계를 통해서만 비로소 가능하게 된다.

이러한 상호 연관과 상호 의존의 세계 구조를 불교에서는 '인드라망'으로 비유한다. 각각의 그물코마다 보석이 달려있는 제석천궁에 있는 무한히 큰 그물을 인드라망이라 한다. 그 각각의 보석이 서로의 빛을 받아 서로 비춘다고 한다. 하나의 보석이 다른 모든 보석에게 빛을 주고 다른 모든 보석이 그 하나의 보석에게 빛을 준다. 세계를 구성하는 모두가 보석과 같이 참으로 귀한 존재이며, 그 각각은 서로가 서로에게 빛과 생명을 주는 구조 속에서 더불어 존재한다는 것을 상징한다. 그 더불어 존재함에 의해 인드라망이 구성된다.

온생명론이나 인드라망의 비유는 우리가 우리의 생존 자체를 위해서라도 전체 생명에 대한 배려가 있어야 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우리는 우리 스스로 자족적으로 존재할 수 있는 것이 아니므로 전체 생명이 있음으로써 비로소 우리가 존재할 수 있다는 것을 자각해야 한다. 우리와 함께 진화해온 지구상의 모든 생명들은 38억년을 우리와 함께 살아왔고 앞으로도 우리가 존재하는 한 우리와 함께 공존해야 하는 우리의 보생명임을 인식해야 한다. 그건 경쟁의 상대가 아니라 협동의 상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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