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V 일본 음악 프로의 VJ 후루야 마사유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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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바쁠 때는 신라면으로 끼니를 때우는 일본인 후루야 마사유키(古家正亨.30.사진). 그의 명함에는 'JAPAN/KOREA'라는 글자가 박혀 있다.

그는 한국에서는 올해 초 처음으로 생긴 일본 음악 프로그램 MTV 'J-Beat'를 진행하는 VJ다. 일본에서는 이보다 훨씬 전인 2001년부터 North Wave FM 라디오의 한국 음악 전문 프로그램 'Beats or Korea'의 DJ를 맡고 있다.

그는 '한류'의 씨앗도 싹트지 않았던 1998년 한국에 왔다. 이유는 단 하나. 캐나다에서 어학연수를 하다 만난 한국 친구에게 선물을 받아 듣게 된 한국 그룹 '토이'의 음악에 감동을 받아서였다. 캐나다에서 바로 3개월짜리 비자를 내 한국으로 향했다. 그러다 1년 반을 눌러앉아 한국어를 배웠다. 엄혹한 외환위기 시절. 일본어 강사 아르바이트도 했지만 생활이 힘들어 다시 일본으로 돌아갔다. 그리고 한국 음악 전문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음악을 통해 일본인에게 한국의 매력을 전하고 싶었습니다. 한국의 음악에는 한국인의 정과 한이 담겨 있어 좋습니다."

그러나 쉽지만은 않았다. "왜 그렇게 이상한 음악을 트느냐"는 청취자의 항의가 빗발쳤다. "청취자의 단 10%가 한국 음악이 아름답다고 생각하더라도 미래엔 그런 사람이 더 많아질 거라는 희망을 갖고 일했습니다."

그런 그이기에 지난해부터 드라마 '겨울연가' 때문에 갑자기 불어닥친 한류 열풍을 보면 어리둥절하다.

"요즘 한국 남자와 결혼하고 싶어 한국에 오는 일본 여성이 정말 많습니다. 옛날처럼 남자들이 여자 종업원이 나오는 술집에 가는 게 아니라, 일본의 30대 여성들이 한국 남성이 고용된 술집에 많이 갑니다. 한국어 교실은 언제나 만원이라 지금 예약하면 내년에도 배우기 어렵습니다."

그가 처음 한국에 왔을 때만 해도 생각할 수 없었던 일. 그러나 그는 "기쁜 반면 무섭다"고 말한다. "유행은 언젠가 끝나잖아요. 한류 열풍이 유행이 아닌 문화로 자리잡았으면 좋겠습니다."

한류 열풍 속에서도 아직 음악 열풍은 없다는 게 그의 진단이다. "히트한 드라마 주제곡이 한국 음악의 전부라고 생각하는 일본인이 많은 건 문제입니다. 비록 한국에서는 인기가 없어도 음악적으로 괜찮은 아티스트를 일본에 소개하려고 애쓰고 있습니다."

반대로 한국에도 시청자들이 좋아하는 보이밴드 말고도 실력 있는 일본인 아티스트를 소개하고 있다.

양국의 좋은 음악을 소개하려는 그의 의욕은 넘치지만 저작권 문제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아직 한국.일본의 저작권협회가 교류 협정을 맺지 않았기 때문이다.

"한국 음악을 하나씩 소개할 때마다 음반 기획사를 찾아가 일일이 부탁해야 합니다. 반대로 한국 청취자들이 보고 싶어하는 일본 뮤직 비디오도 틀어줄 수 없어 답답합니다. 내년이면 국교 40주년인데, 저작권 문제가 꼭 해결돼 음악 교류의 물꼬를 텄으면 좋겠습니다."

글=이경희, 사진=신동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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