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남 수사 가속 예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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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김대중 대통령 차남 홍업(弘業)씨에 대한 대검 중수부의 수사도 주말을 거치면서 변화를 맞고 있다.

수사팀은 주말에도 대부분 출근해 홍업씨의 비자금 관리 의혹을 받고 있는 김성환씨,김홍업·김성환씨와 자주 접촉했던 기업 관계자들을 불러 조사했다.

그중 눈에 띄는 대목은 홍업씨와 자주 식사자리를 해온 것으로 알려진 D주택 대표 郭모씨의 진술이다.

그는 "경영난을 해소해 보려고 홍업씨에게 (금전적으로)도와주겠다고 접근했다"고 시인했다.

그가 "돈을 주려는 것을 홍업씨가 거절했다"고는 말하고 있지만 검찰은 홍업씨 주변에서 발견된 20억원 가까운 돈의 출처가 아직까지 불분명한 상태인 만큼 郭씨의 말을 그대로 받아들이지는 않고 있다.

검찰은 김성환씨와 금전 거래를 자주 하며 서울음악방송 사옥을 김성환씨에게 제공한 의혹을 받고 있는 S건설 대표 田모씨도 지난 16일 불렀다. 그와 홍업씨의 금품 거래 정황을 포착했기 때문이다. 田씨 역시 "홍업씨와 자주 어울린 것은 사실이나 금품을 제공한 적은 없다"고 말하고 있지만 검찰은 이 부분에 대해서도 의심을 갖고 있다.

이와 관련해 검찰은 홍업씨가 S건설 및 A그룹 계열사 관계자들을 상대로 서울음악방송에 투자할 것을 전화로 부탁받았다는 첩보도 입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회사를 포함, 3~4개 업체는 김성환씨가 지난해 2월 서울음악방송을 설립할 당시 서울음악방송에 투자의사를 표한 바 있으며,일부는 수억원대의 자금을 실제로 투자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나 검찰 관계자는 19일 "수사에 별다른 진전이 없고 홍업씨 소환 계획도 아직은 없다"며 일단 종전의 입장을 되풀이했다. "김홍걸씨 수사의 경우 천호영씨와 같은 폭로자, 최규선씨처럼 혐의를 뒷받침할 만한 진술을 하는 사람이 있지만 홍업씨 수사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대부분 의혹을 부인하고 있어 혐의 입증에 애로사항이 많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검찰 수뇌부가 수사팀에 수사가 지나치게 장기화할 조짐에 대한 우려를 표명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이러한 수사팀의 입장 표명과 달리 조만간 홍업씨에 대한 소환이 이뤄질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홍업씨와 자주 접촉했던 기업체 관계자를 추궁하는 과정에서 포착한 이권 개입 흔적에 대한 보강 조사가 집중적으로 이뤄지면 가시적인 성과가 나타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다.

따라서 앞서 거론된 홍업씨 관련 첩보 내용들을 확인하는 데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

지금까지 검찰이 밝힌 홍업씨 관련 의혹 가운데 핵심은 홍업씨가 2000년 말께부터 2001년 초 아태재단 직원들을 동원해 16억원을 돈세탁했다는 것이다.

홍업씨 측은 이 돈의 상당 부분이 1997년 대선 때 선거운동조직 '밝은세상'을 운영하며 받은 후원금이 남은 것이라고 해명하고 있지만 검찰은 아직 진위를 확인하지 못한 상태다.

또 홍업씨가 김성환씨에게 최근 약 2년간 18억원을 빌려주고 15억원을 돌려받은 사실을 확인했지만,이 거래의 구체적인 성격 역시 아직 파악하지 못한 단계다.

이상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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