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설… 이 보다 더할순 없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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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6면

#1. 환경오염문제에 대해=지난 2월 시카고의 기온이 섭씨 21도까지 올라갔다. 사람들은 좋다고 짧은 바지를 꺼내입고, 날씨 참 좋다며 미시간호 해변으로 일광욕하러 나섰다. 날씨 좋은 것 좋아하네. 한밤에 해가 떠올라도 낮이 길어졌다고 좋아할 거냐.

#2. 대통령 조지 부시의 일과=아침 8시, 일어나자마자 아직도 자기가 백악관에 살고 있는지부터 확인한다. 8시 30분, 럼스펠드가 옆에서 그에게 그날의 운세와 만화를 읽어준다. 9시, '공동 대통령' 체니가 와서 옷을 갈아 입히고 예멘의 상황을 논의한다. 그리고 이빨 닦을 것을 권한다.… 오후 8시 30분, 체니, TV를 보다 잠든 부시를 침대에 재운 후 지구 때려부술 궁리하러 아래층으로 내려간다.

다큐멘터리 제작자이자 작가인 마이클 무어의 미국식'똥침놓기'는 끝이 없다. 앨 고어가 대통령 자리를 '도둑질' 당했던 지난번 선거부터, 석유재벌의 친구이며 전쟁광인 미 행정부 인사들의 만행, 백인 우월주의, 부시행정부의 바보만들기 교육정책 및 반 환경정책에 이르기까지 건드리지 않는 주제가 없다. 독설과 비아냥의 진수를 맛보고 싶으면 이 책을 보라.

북아일랜드 종교분쟁의 해법으로 '섹스를 더 많이 할 수 있다고 선전하면 신교도들이 몽땅 천주교로 개종할 것이다' 같은 가히 엽기적 주장도 하지만, 때로는 진지하기도 하다. 학생들에게 '서클과 웹진을 만들라. 선거에 참여하고 가능하면 선거를 조롱하라'고 조언하기도 한다.

그러나…. 양심적인 본 필자, "이 책을 꼭 사보시라"고 권할 생각은 없다. 아무나 볼 수 있는 책이 아니기 때문이다. 일독 가능한 독자의 기준을 제시해 드리도록 하겠다.

세상이 아름답고 조화롭게 굴러가고 있다고 생각하는 자, 세상은 원래 불평등하니 서울대 나오거나 돈많은 사람들 하는 대로 맡겨놓자며 속 편한 자, 한국은 미국이 시키는대로 해야된다고 믿고 따르는 자, 북한과 이슬람이 악의 축이라고 철석같이 믿는 자, 이상은 독서 불가자들이다.

언론이 말해주는 것을 다 믿을 수는 없다고 생각하는 자, 부시의 깡패외교를 비판하는 자, 세상의 주인은 바로 '우리'라고 생각하는 자, 지금보다 더 나은 세상에서 살 권리가 있다고 생각하는 자, 이상 필독.

최내현<딴지일보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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