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상품 불완전 판매 여부 판매회사가 입증 책임진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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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9면

금융상품 불완전 판매 여부 판매회사가 입증 책임진다

은행과 증권사가 투자 무경험자에게 투자상품을 팔았을 때 설명 의무를 제대로 했다는 것을 입증하지 못할 경우 투자자의 손실액을 보상토록 하는 방안이 추진된다. 지금까지는 피해를 본 투자자가 판매회사 측이 설명 의무를 하지 않았다는 것을 증명해야만 보상을 받을 수 있었다. 입증 책임이 소비자에서 판매회사로 넘어가는 것이다.

또 설계가 잘못됐거나 운용이 부실한 금융상품에 대해서는 집단소송을 허용하는 방안도 검토된다. 집단소송은 투자자 일부가 소송을 해 승소 판결을 받으면 전체 투자자에게 같은 효력이 미치는 제도다.

한국개발연구원(KDI)과 자본시장연구원, 서울대 금융법센터는 29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금융소비자 보호법 제정을 위한 기본 방향 보고서’를 발표했다. KDI 연태훈 박사는 “금융소비자 보호를 강화하기 위해선 은행·증권·보험 등 분야별로 다른 소비자 보호 제도를 통합해 체계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보고서는 판매회사가 영업 관련 규칙을 위반할 경우 금융위원회가 과징금을 부과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부당 판매를 막고 이를 통해 얻은 이익을 환수하기 위한 차원이다. 현재 금융위는 보험·카드사가 무자격자에게 판매를 위탁하는 경우에만 과징금을 물릴 수 있다.

분쟁조정 제도도 개선된다. 금융감독원과는 별개로 금융 관련 분쟁 해결 기구를 신설하거나, 5000만원 이하의 소액 금융 계약에 대해선 재판이 아닌 중재 절차를 통해 금융회사와 소비자 간의 분쟁을 해결토록 하는 방식이다. 금융소비자 보호기구의 신설 논의도 이뤄진다. KDI는 별도의 금융소비자 보호기구를 신설하거나, 기존 금융감독원 조직을 개편하거나 보완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KDI와 자본시장연구원은 30일 토론회를 열어 각계 의견을 수렴하고 다음 달 중 최종보고서를 만들어 금융위에 제출한다. 금융위는 최종보고서를 토대로 금소법 제정안을 만들어 국회에 제출할 방침이다.

그러나 법안의 기본 내용이 은행 등 판매회사의 책임을 강화하고 있어 금융권의 반발이 예상된다. 금감원도 별도의 금융소비자 보호기구를 설립하는 방안에 대해 반대하고 있다.

김원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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