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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포탄 쏘고 로봇 보내 우주 비밀 밝힌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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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토성과 지구에서 연말연시에 벌어질 우주 탐사 이벤트가 지구인의 가슴을 설레게 하고 있다. 지구에서 13억㎞ 떨어진 토성 상공에서는 크리스마스 날 토성 탐사선에서 토성의 위성인 타이탄의 지표면으로 탐사로봇 호이겐스가 출발한다. 지구에서는 혜성의 지표면 구성 물질을 알아보려는 딥 임팩트 탐사선이 내년 1월 12일 발사를 앞두고 최종 마무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들은 모두 우주 탐사에 새로운 이정표를 세울 대역사로 기록될 전망이다. 호이겐스는 타이탄의 지표면과 대기를 탐사함으로써 지구의 원시 대기의 일면을 알아낼 수 있을 것으로, 딥 임팩트는 템펠1 혜성의 구성 물질을 알아내 또 다른 혜성이 지구로 돌진할 경우 대처할 수 있는 해법을 찾아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우주 망원경으로는 더 이상 알기 어려운 우주의 신비를 직접 현장으로 탐사선을 보내 한 꺼풀씩 벗겨 보자는 것이다.

◆ 호이겐스호=7년여의 긴 우주 여행을 한 끝에 지난 7월 토성 궤도에 도착한 토성 탐사선인 카시니호에 실려 있다. 미국과 유럽의 합작품으로 최초의 우주에서 대기를 측정할 탐사로봇이다. 타이탄은 태양계 행성의 위성에서 유일하게 대기가 있는 것으로 관측된 곳이다. 2.7m 크기의 호이겐스는 모선에서 크리스마스날 분리돼 타이탄으로 20일간에 걸친 여행을 한 뒤 내년 1월 14일 오전 타이탄의 대기 상층부에 도달하게 된다. 거기에 도달할 때까지의 20일 동안은 지구와도 일절 교신이 안 되는 '암흑상태'다. 탐사에 사용할 전력을 최대한 아끼기 위해서다. 타이탄의 대기에 도달하게 되면 낙하산을 펴 대기 중에 약 2시간30분 정도 체공하게 된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과 유럽항공우주국은 호이겐스가 1000여장의 영상을 보내 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영상은 호이겐스가 모선인 카시니로 올려 보내면 카시니가 지구로 전송한다. 유럽항공우주국 연구팀들은 호이겐스가 대기를 조사한 뒤 액체탄화수소나 기름 바다에 떨어져 파도가 일렁이는 영상을 받아볼 수 있으면 좋겠다는 희망을 펴보이기도 했다. 호이겐스의 역할에 따라서는 지구 생성 당시 원시 대기의 신비를 타이탄을 통해 한 꺼풀 벗겨볼 수 있을 것이다.

◆ 딥 임팩트=내년 1월 12일 발사될 딥 임팩트는 지구에서 1억3300여만㎞ 떨어져 있는 템펠1 혜성을 탐사하는 임무를 띠고 있다. 딥 임팩트가 템펠1 혜성에 도착하는 때는 내년 미국 독립기념일인 7월 4일. 그날 템펠1 혜성에 다가가 370㎏ 상당의 초대형 구리 포탄을 발사한다. 그러면 포탄은 혜성의 표면에 거대한 구덩이를 만들거나, 혜성이 먼지일 경우 구멍을 뻥 뚫을 것이다. 혜성의 내부 물질이 어떤 것으로 구성되어 있는지, 거대한 포탄을 맞으면 혜성의 표면에서는 어떤 현상이 일어나는지 알아보자는 것이다. 딥 임팩트는 구리 포탄이 혜성과 충돌할 때 일어나는 상황을 지구로 중계하게 된다. 지구에서는 희미하게나마 망원경으로 충돌로 인해 발생하는 혜성의 파편을 볼 수 있을 것으로 NASA는 예상했다. 과학자들은 딥 임팩트의 탐사를 바탕으로 미래에 혜성이 지구로 돌진한다면 영화 '딥 임팩트'와 같은 상황을 현실로 만들 수 있을지 모른다. 즉, 미래에 지구로 돌진하는 혜성에 핵폭탄을 쏘거나, 아니면 강력한 추진력을 가진 로켓을 매달아 진로를 바꿀 수도 있을 것이다.

박방주 과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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