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서점 예스24·와우북 합병 제살깎기식 경쟁 사라질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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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인터넷 서점 업계 1위인 예스24가 10일 와우북과 합병했다. 주식을 1:5로 맞교환하는 방식이어서 두 회사간에 돈이 오간 것은 없다. 하지만 이번 합병으로 인터넷 서점 시장의 50% 이상을 차지하는 초대형 업체가 탄생했다. 올해 예상 매출액이 자그마치 1천8백억~2천억원. 이 합병회사가 새로 그릴 출판 시장은 어떤 모습일까.

그동안 인터넷 서점들은 업체간의 치열한 가격 할인 경쟁으로 '제 살 깎아먹기식' 할인을 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을 받아 왔다.

이들의 도서 할인율은 평균 20%선에서 최근엔 40~50%로 대폭 높아졌으며, 다른 경쟁사에 비해 책값이 비싸면 차액의 두배를 보상해주는 업체까지 등장했다.

중간 유통이 없고 배달 체계가 효율적인 온라인 서점도 도서 발송 등 고정적인 물류 비용은 해결해야 한다. 그러니 그런 큰 폭의 할인율을 지속하면서 수익을 내기란 불가능할 수 밖에 없었을 것이다.

그 첫 결과물이 바로 선두업체간의 몸집 키우기로 나타났다. 이는 예스24의 이강인 사장이 합병을 발표하며 "확고한 1위 기업으로 시장 지배력과 가격 결정력을 갖기 위한 선택"이라면서 "인터넷 서점은 뛰어난 매출 발생구조에도 불구하고 지나친 가격 경쟁으로 수익을 내지 못하고 있다"고 말한 데서도 드러났다.

발표대로라면 대형 합병회사가 할인 경쟁에 종지부를 찍을 수도 있다. 그러나 지난해 매출액은 예스24가 4백79억원, 와우북이 1백90억원으로 합쳐서 6백69억원이다. 2천억원의 매출 목표액에 도달하려면 지난해의 3배 가까이 성장해야 한다.

물론 지난해 1분기 대비 올 1분기 성장률은 예스 24의 경우 2백90%, 와우북은 1백93%였다. 하지만 목표가 너무 높은 것은 아닐까. 50%이상의 시장 지배력을 유지하고 2천억원 매출을 달성하려면 다른 업체와 경쟁을 벌여야 할 것이다. 합병회사의 의지에도 불구하고 극심한 할인 경쟁이 우려되는 이유다.

소비자들은 할인 경쟁이 무엇이 나쁘냐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인터넷 서점이 수익을 내지 못하고 쓰러지면 어떻게 될까. 현금결제를 꼬박꼬박 해주는 온라인 서점에 점점 의존도를 높여가던 출판사들엔 청천벽력 같은 소리가 될 것이다.

매출 규모는 늘었는데 유통 경로가 막혀 버리면 출판사는 현금 흐름 등 여러 면에서 곤란을 겪을 것이다.

이것이 출판업계의 침체기를 몰고와 소비자들에게까지 영향을 끼치지 않을까 걱정이다.

홍수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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