左천수 右지성 폴란드전 V카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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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3면

월드컵 본선 조별리그 첫번째 경기인 폴란드전에 대비한 거스 히딩크 축구대표팀 감독의 구상이 조금씩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히딩크 감독은 14일 오전 제주 서귀포 동부구장에서 빗속에 진행된 오전 훈련을 마치고 16일 스코틀랜드전에 선발 출장할 11명의 선수 명단을 밝혔다. 스코틀랜드는 히딩크 감독이 여러 차례 "강한 체력을 바탕으로 한다는 점에서 폴란드와 비슷하다"고 밝힌 만큼 스코틀랜드전에서 통하는 전술은 폴란드전에서도 활용할 가능성이 크다.

수비 라인은 예상대로다.골문은 김병지가 지키고 스리백은 김태영-홍명보-최진철이 맡는다.좌·우 윙백에는 각각 이을용·송종국, 수비형 미드필더는 역시 김남일이 맡는다.

공격라인은 조금 조정이 있다.최전방 스트라이커에 설기현, 왼쪽 날개에 이천수가 포진하고 중앙공격형 미드필더로 유상철, 오른쪽에 치우친 공격형 미드필더로 박지성이 나선다. 히딩크 감독은 "설기현·이천수 등 두명을 전형적인 스트라이커로 세운다"고 밝혀 공식적인 포메이션이 3-5-2 임을 확인했다.

그러나 조금 파고들어가면 매끈한 3-5-2는 아니다. 히딩크 감독은 박지성에 대해 "공격에도 적극 가담하지만 수비나 미드필드 압박 때 훌륭한 지원병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쓸모를 밝혔다.

지난달 중국전에서처럼 오른쪽 윙백 송종국이 전방으로 침투하면 빈 자리를 지키는 등 서로 위치를 바꿔가며 수비에도 치중하지만 공격 때는 스리 포워드의 오른쪽 날개처럼 적진 깊숙이 침투시키겠다는 것이다. 박지성의 위치는 대표팀의 포메이션을 3-4-3처럼 보이게 만든다.

신문선 본지 축구해설위원은 "폴란드의 수비는 결코 허술하지 않다. 체력 좋은 폴란드에 선제골을 허용하면 지난해 체코전처럼 경기가 어려워질 수 있다"며 "기동력이 빼어난 박지성을 두명의 전방 공격수보다 처지게 위치시켜 수비에 안정을 기하면서 공격에도 활용하려는 전략인 것 같다"고 분석했다.

송종국과 박지성은 "서로 호흡이 잘 맞는다"고 만족해하고 있고,대표팀 관계자는 "폴란드전에서 박지성의 역할을 눈여겨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스코틀랜드전은 공격수 세명,공격형 미드필더 등 공격 네자리를 놓고 10명의 후보군이 경합하는 본격적인 주전경쟁의 시작을 의미한다.

히딩크 감독은 그동안 왼쪽 날개 자리에 이천수·안정환·황선홍·설기현, 오른쪽 날개에 차두리·최태욱·안정환·최용수·박지성,중앙 공격수에 황선홍·최용수·설기현, 공격형 미드필더에 윤정환·유상철·안정환·박지성 등을 번갈아 테스트했다.주전·후보가 명확하게 구분되는 수비수·미드필더에 비해 주전 공격수는 아직 안개 속이다.

평가전에서의 활약에 따라 본선에서 선발 출장하는 공격수들의 윤곽도 드러날 것이다.

서귀포=신준봉·최민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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