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 당구의 달인’은 인질강도 수배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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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경찰에 지명수배된 용의자가 수배 도중 추가로 범죄를 저지른 것은 물론 TV 예능 프로그램에까지 출연하다 6년6개월 만에 경찰에 붙잡혔다.

28일 경기도 화성 동부경찰서는 “인질강도 혐의로 수배된 조모(50)씨를 6년6개월 만에 긴급체포해 수배 경찰서인 대전 둔산경찰서로 넘겼다”고 밝혔다. 조씨는 2003년 12월 7일 사촌누나(54)에게 빚을 진 대전시 태평동의 김모(39·여)씨 집에 들어가 김씨 등 가족 5명을 12시간 동안 감금한 뒤 승용차와 현금 등 1575만원어치의 금품을 빼앗은 혐의로 지명수배됐다. 그는 도피 도중이던 2004년 7월 전북 김제에서 지인에게 빌린 2700여만원을 갚지 않아 사기 혐의로, 2006년 5월에는 경기도 화성의 한 술집에서 시비 끝에 손님을 때려 상해 혐의로 추가로 지명수배됐다.

조씨는 수배 기간 동안 전국의 각종 당구대회와 당구장 개업 행사장을 돌며 자신의 주특기인 ‘손 당구’(사진) 시범을 보이며 생활비를 마련해 온 것으로 드러났다. 엄지와 검지만으로 공을 회전시켜 묘기를 선보이는 ‘손 당구’ 기술은 국내에 조씨를 포함해 두 명만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는 대담하게 지난해 4월 모 방송사의 인기 예능프로그램에 ‘손 당구의 달인’으로 출연했다. 안경을 쓰고 ‘찰리 정’이라는 가명을 내세워 신분을 속였다. 그러나 그를 뒤쫓던 화성동부서 홍승범(48) 강력3팀장은 그를 알아보고 서울과 경기도 일대의 당구장을 샅샅이 훑으며 추적했다.

조씨는 몇 번이나 체포 직전 경찰의 포위망을 빠져나갔다. 지난해 12월에는 경기도 부천시 원미구에서 방송 출연 장면을 담은 간판을 내걸고 5개월 동안 직접 당구장을 운영하기도 했다.

경찰은 1년2개월 동안 끈질기게 추적한 끝에 26일 용인시 처인구의 한 당구장에서 조씨를 긴급체포 했다. 조씨는 “도망 다니기 힘들었다. 이제 마음이 편하다”고 경찰에서 말했다.

화성=유길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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