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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네바 국제전 금·은상 받은 '발명왕'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3면

"누구나 어린 시절 호기심에 시계를 망가뜨린 경험이 있을 겁니다. 지금도 그런 마음가짐이 발명의 원동력이 되고 있는 거죠."

이달 초 스위스에서 열린 제네바 국제발명전에서 금상과 은상을 동시에 수상한 코코실버 ㈜의 안정오(安正五·52)대표. 그는 금상 열한점, 은상 일곱점, 동상 두점 등 모두 20개의 수상작 가운데 2관왕을 차지한 소감을 이같이 밝혔다.

그의 아이디어는 보통 사람들은 무심코 지나치는 일상적인 것들에서 나온다. 이번 수상작도 일상생활에서 흔히 접할 수 있는 은(銀)에 착안해 만들었다. 은에 항균 효능이 있다는 것을 알고 미세한 은입자를 뿜어내는 가습기를 고안한 것이다.

이렇게 그가 만들어낸 발명품은 자동 밤까기 기계, 원통형이 아니라 납작한 형광등, 소총의 자동 조준장치 등 분야도 다양하다. 지난해 제네바 발명전 등 지금까지 네차례 국제발명전에서 수상했다. 그는 '발명왕'이라는 별명에 걸맞게 지금까지 등록한 특허·실용신안이 1백80여건에 이른다. 특히 은제품과 관련된 특허·실용신안은 1백50여건에 달한다.

1997년 설립된 이 회사 직원 17명 중 세명은 특허와 관련된 일만 맡고 있고 지금까지 특허 출원 비용으로 쓴 돈만 수억원이다.

"초등학교 4학년 때 집의 쌀을 몰래 내다 팔아 자명종을 사서 분해했죠. 어떻게 시간 맞춰 울리는지 궁금해 부모님 몰래 이불 속에서 분해했는데, 그만 자명종이 울리는 바람에 어찌나 혼났는지…."

혼은 났지만 발명에 대한 욕구는 버리지 못했다.

현재는 은제품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마시는 은(銀)물 제조기, 은 성분을 수증기와 함께 내뿜는 가습기, 심지어 은을 함유한 콘돔 등 각종 은제품이 개발됐다.

그는 "앞으로도 자명종을 뜯어보는 자세로 연구와 발명에 전념하겠다"고 말했다.

글·사진=권혁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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