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7년 대선서 "고의 감량" 폭로 검찰 "진술 엇갈려 확인 못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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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1997년 대선에서 이회창은 두 아들 이정연(正淵·39)과 이수연(秀淵·36)의 병역 문제로 곤욕을 치렀다. 일부는 "그것 때문에 낙선했다"고도 한다.

이번에도 병역은 '빌라게이트'와 더불어 그를 '특권층'으로 공격하는 소재가 될 전망이다. 이정연과 이수연은 체중미달로 각각 91년과 90년 병역을 면제받았다. 신체검사 기록에 정연은 1백79㎝ 45㎏, 수연은 1백65㎝ 41㎏으로 적혀 있다.

이회창은 법적 하자가 없다고 방어했지만 당시 야당은 "군대 안 가려고 몸무게를 10㎏ 이상 고의 감량했다"며 공격했다.

그 해 12월 1일 국민신당 이인제(仁濟)후보는 이수연의 키가 조작됐다는 의혹을 제기하며 병역의혹이 해소되면 후보를 사퇴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나라당은 미국 유학 중이던 이수연을 귀국시켰다. 키는 1백64.5㎝로 공개측정됐다. 그러나 바로 그날 저녁 병무청 8급 직원 이재왕(載汪)이 국민회의 주선으로 "91년 이정연과 다이어트 상담을 했다"는 폭로 회견을 했다. 이재왕은 폭로에 앞서 한나라당에 10억원을 요구한 사실이 드러나 98년 징역 1년6월을 선고받고 이듬해 사면됐다.

당시 검찰은 수사 결과 발표에서 "이정연이 병역을 기피하기 위해 고의 감량을 했는지는 관련자들의 진술이 엇갈려 확인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에 재직하던 이정연은 부친이 곤경에 빠지자 그해 9월부터 98년 3월까지 소록도에서, 같은 해 6월부터 12월까지 과천 구세군양로원에서 자원봉사활동을 했다.

최근 공개된 내역에 따르면 이회창·한인옥의 형제·자매와 그 자녀·사위를 범위로 한 직계가족 가운데 병역대상자는 25명이고 이중 7명이 면제를 받았다.

이회창 쪽에선 대상자 15명 중 6명이 면제됐다. 정연·수연을 비롯, 이회창의 바로 아래 동생 회성(심장 이상)·이회창의 사위 최명석(변호사·근시)·이회창의 누나 회영의 둘째 아들 강송수(신부·근시)와 셋째 아들 철수(회사원·근시) 등이다. 한인옥 쪽은 10명 중 한명이다. 한인옥의 남동생인 한대현(헌법재판관)의 장남 정수(변호사)가 갑상선 절제수술로 병역면제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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