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박·부동산·금 등 틈새 겨냥한 '대안펀드'… 저금리 속 쏠쏠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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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9면

대안투자(AI)펀드 시장이 달아오르고 있다. 시중 금리가 자꾸 떨어지고 주가는 널뛰기 행보를 거듭하면서 연 5~7%의 목표수익률이 제시되는 대안펀드에 수천억원씩의 뭉칫돈이 몰리고 있다. 대안투자(Alternative Investment)펀드란 각종 금융파생상품이나 부동산.금.선박.영화 등 실물자산에 투자하는 펀드를 말한다.

21일 자산운용협회에 따르면 지난 4월 간접자산운용업법 시행으로 출현한 대안투자펀드는 20일 현재 판매액이 7조3740억원에 이른다. 이 중 부동산펀드는 현재 37개 펀드가 만들어져 판매액이 8900억원에 달한다. 1000억원 규모 '맵스프론티어부동산펀드' 등 연말까지 새로 2~3개 펀드가 대기하고 있어 곧 1조원을 돌파할 전망이다.

선박펀드는 올 3월 출시된 동북아선박펀드1호를 시작으로 현재까지 모두 9개가 1480억원을 모집했다. 지난달 말에는 아시아나항공에 보잉747 여객기 한 대를 임대해 얻게 될 수익을 토대로 연 5.5~6.0%의 배당수익을 올릴 수 있는 '항공기 특별자산1호'가 나왔다. 이들 실물형 펀드는 투자한 선박이나 항공기를 담보로 잡아 안정성을 갖추고도 수익은 5%대를 넘는 강점이 있다.

순수 금융상품 쪽에서도 펀드자산의 10% 이상을 주식연계상품(ELS)이나 콜.기업어음(CP) 금리 파생상품에 투자하는 파생상품펀드가 지난 5월 나와 6개월여 만에 4조5000억원의 자금을 모았다.

한동안 주춤했던 금.외환가격 연계펀드도 최근 달러 약세로 인기를 끌고 있다. 지난달에만 'CJ골드연동채권1'(202억원), '삼성금가격연계채권'(402억원) 등 10여종이 출시됐다.

전문가들은 내년에도 저금리가 이어지는 한 이 같은 틈새 펀드로 자금이 계속 몰릴 것으로 내다본다. 하지만 좁은 투자처로 자금이 쏠리다 보니 경쟁도 치열해질 수밖에 없어 목표수익을 내기는 갈수록 힘겨워지고 있다.

당장 부동산펀드는 서울과 수도권에 집중됐던 투자영역을 최근 충남 아산.천안, 부산과 목포 등 전국으로 확대하고 있다. 안정적인 투자수익을 얻을 수 있는 괜찮은 투자처(물건)를 찾기가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선박펀드도 과거 동북아1호의 경우 연 6.5%의 배당수익으로 제시했지만 가장 최근 설정된 아시아퍼시픽3호는 5.8%로 목표수익률을 0.7%포인트 낮췄다. 투자하겠다는 돈은 많지만 정작 배를 쓰겠다는 해운사의 수요가 한정된 때문이다.

삼성증권 장근난 수석연구원은 "아파트 시공사업의 대출채권을 매입해 수익을 올리는 부동산펀드도 인허가, 시행사 부도 등 각종 위험이 따르는 만큼 목표 수익률을 확정 이자로 생각하면 오산"이라고 지적했다.

고광수 증권연구원 연구위원은 "대안투자펀드는 어디까지나 채권.주식펀드를 보조하는 상품으로 접근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정효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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