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중고차, 경매시장에 가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15면

한 해 중고자동차 거래 200만대 시대를 앞두고 있지만 중고차 매매는 판매자나 구매자 모두에게 골칫거리다. 차종이나 연식·옵션 등이 제각각인 중고차의 속성상 누구나 수긍할 수 있는 가격 산정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 현대·기아차나 GM대우차 등이 중고차 사업에 직접 뛰어들어 중고차 위탁경매장을 운영하는 등 중고차 거래 시장이 다양해지고 있다.

경기 기흥의 서울 중고차 경매장. ㈜대우자동차판매가 운영하는 이곳은 경매가 열리는 매주 수요일이면 760석 규모의 경매장이 경매 회원들로 가득 들어찬다. 1500평의 전시장에는 GM대우나 현대.기아 등 국내 브랜드는 물론 BMW.도요타 등 수입 브랜드의 중고차까지 1000여대가 빼곡하게 주차돼 있다. 이 경매장의 정락초 사장은 "중고차를 제값에 사고 팔고, 품질보증도 받을 수 있어 고객들이 빠르게 늘고 있다"고 말했다.

사정은 경기 광주에 들어선 현대기아차 경매장도 마찬가지다. "중고차 시장이 제자리를 잡아야 신차 시장도 활성화된다"는 판단에 따라 자동차 메이커들이 잇따라 중고차 경매장을 세운 것이다.

굴지의 자동차 생산회사들이 운영하는 경매장인 만큼 가격이나 사후관리는 비교적 철저하다. 정 사장은 "자동차 메이커가 운영하는 경매장은 매매과정의 이윤보다는 신차에 대한 이미지를 높이는 것이 목적이기 때문에 가격과 품질을 신뢰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현대기아차 경매장 관계자는 "경매를 통한 중고차 매매가 그동안 많이 알려지지 않아 아직은 거래량이 많지 않다"면서 "그러나 인터넷을 통한 경매를 도입하면서 거래 건수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경매를 통해 중고차를 사고 파는 방법은 간단하다. 우선 중고차를 파는 과정은 이렇다. 경매장을 골라 전화하면 경매장 측에서 차량을 운반해 가 연식과 성능 검사 등을 거친 뒤 경매에 출품할 가격을 산정한다.

만약 판매자가 경매장이 산정한 출품 가격보다 더 높은 가격에 팔기를 원하면 그 가격으로 경매에 부친다. 이에 대해 경매장 관계자들은 "경매장이 산정한 가격보다 높은 가격에 낙찰되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고 지적했다.

중고차가 경매에서 팔리면 출품료 5만5000원과 낙찰가의 2.2%(최소 3만3000원, 최대 22만원)를 수수료로 경매장에 지급하면 된다.

중고차를 구입하는 과정은 역순이다. 우선 인터넷에 접속하거나 경매장을 찾아가 출품된 차량 가운데 마음에 드는 것을 고른 뒤 경매장에 회원으로 등록한 거주지 주변의 경매사를 찾으면 된다. 희망 구입가를 경매사에게 전달하면 경매사가 경매를 통해 낙찰받아 준다. 중고차 구입자는 경매에 직접 참여할 수 없지만 경매장에 입장할 수는 있다. 그래서 점찍어 놓은 차량의 가격이 생각보다 높게 형성될 경우 즉석에서 경매사에게 더 높은 가격을 써낼 것을 부탁하면 그 가격에 낙찰받을 수도 있다. 중고차 구입자는 낙찰가의 2.2%를 수수료로 내면 된다.

중고차 경매장 이용객들은 대체로 만족스럽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서울경매장에서 3년 된 1t 트럭을 판 경기도 일산의 김모(36)씨는 "경매장측이 차량 내외부를 싼값으로 수리한 뒤 출품해 줘 생각보다 비싼 가격에 팔 수 있어 좋았다"고 말했다. 경매를 통해 구입하면 사후처리도 비교적 깔끔한 편이다. 현대기아차 경매장 관계자는 "전문 엔진니어들이 차량 상태를 점검하고 가격을 산정하기 때문에 속을 염려가 없다"며 "판매 후에도 엔진이나 미션 등에 대해 1년 2만km의 품질보증을 해준다"고 말했다.

◆중고차 매매 tip=중고차는 반드시 운영 주체가 분명한 업소에서 사고 파는 것이 좋다. 중고차에 범칙금이나 근저당이 설정돼 있는 경우가 종종 있고, 사고 이력을 숨긴 채 시장에 나오는 차량도 적지 않다. 전국자동차매매사업조합연합회 이능익 사무국장은 "매매업자 등록증을 갖고 있는 업체들은 경찰.자동차보험협회 전산망을 통해 차량의 사고 경력이나 범칙금 등을 쉽게 확인할 수 있다"고 말했다. 무상보증 수리가 적용되는지도 확인해야 한다. 현재 중고차 무상보증 수리제도를 운영하고 있는 곳은 서울경매장.현대기아차 경매장.서울자동차매매사업조합.서서울매매시장 등이다. 전국자동차매매사업조합연합회는 전문 보증 업체나 정비 전문 업체를 통해 전국적인 네트워크를 갖고 있다.

장정훈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