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남성도 갱년기에는 피곤·무기력증 심해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55면

여성이 보기에 남성은 항상 씩씩하고 활기에 넘칠 것이라고 기대한다. 이런 이미지가 남성을 규정하는 사회적 통념일 것이다. 그러나 사회가 요구하는 남성상과는 동떨어진 채 나홀로 전전긍긍하는 남성이 의외로 많다.

40대 후반의 금융기관 지점장인 H씨.

일년 전부터 피곤하면서 심한 무력증에 시달리기 시작했다. 온몸에서 힘이 빠져 만사가 귀찮고 대인관계도 점차 힘들어졌다. 평소 좋아하던 술 때문인가 해서 간검사를 비롯해 여러가지 정밀검사를 받았으나 모두 정상이었다. 하지만 무력감은 여전했고, 더 이상 직장 생활조차 하기 어렵다는 회의마저 들어 수소문 끝에 남성 갱년기 클리닉을 찾았다.

이렇게 중년 남성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원인 모를 피곤과 기능저하는 갱년기의 대표적인 증상이다. 질환에 의한 이상이 아니기 때문에 이런저런 검사를 받으며 병원을 전전하기 일쑤다.

남성 갱년기는 그동안 여성 갱년기에 가려 무시되어 왔던 것이 사실이다. 이를 치료대상으로 끌어올린 단체가 세계보건기구(WHO)다. 1996년 WHO는 남성 갱년기를 그 해의 핵심과제로 선정함으로써 의료계가 중년 남성들의 고민에 귀를 기울이도록 했다.

H씨는 갱년기 진단을 위해 호르몬·고지혈증 등 필요한 검사를 받았다. 그 결과 남성호르몬이 250ng/㎗(정상치는 4백이상)으로 크게 부족한 것으로 판명됐다. 문제의 원인이 발견된 셈이었다. 이후 H씨는 남성 호르몬 요법을 포함해 운동요법과 식생활 등 전반적인 갱년기 처방을 받았다. 운동으로는 비만으로 인한 무릎 손상을 우려해 조깅보다 빠르게 걷기와 가벼운 등산을 권했다. 자전거타기는 아직 논란이 있지만 비뇨 생식기 주변을 지속적으로 자극, 발기력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논문도 있어 피할 것을 권유했다.

피곤함과 무력증이 있는 남성은 갱년기가 원인이 아닌지 한번쯤 생각해 정확하게 원인을 찾아보도록 하자.

김영찬 포르테비뇨기과원장

◇청박비뇨기과 이윤수 원장의 연재를 마치고 포르테비뇨기과 김영찬 원장이 새로 쓰게 됩니다.

◇새 필자 약력=▶1994년 미 노스 캐롤라이나대학 교수▶98 연세대의대 임상부교수▶98 WHO 주관, 성(性)기능장애 세계자문회의 분과위원장▶2000 세계남성갱년기학회 아시아지역 의장▶2000 세계성기능장애학회 실무집행 이사·아시아대표 대의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