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한국 온 신경성형술 대가 가보벨라 라츠 박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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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스크 환자를 함께 수술한 라츠(왼쪽)박사와 최기석 병원장이 수술 후 포즈를 취했다.

허리 수술에 대한 부담을 줄여주기 위해 개발된 간편한 시술법이 척추 신경성형술이다. 가는 관(카데터)을 집어넣어 만성 요통을 개선한다는 장점 때문에 1995년 이후 미국에서만 100만 명이 시술을 받을 정도로 허리병 환자들의 ‘복음’이 됐다.

우리나라에도 대중화된 이 시술법을 개발한 가보벨라 라츠(미국 텍사스대 의대 석좌교수) 박사가 지난 23일 강북힘찬병원을 찾았다. 이날 오후 4시30분부터 최기석 병원장과 함께 허리 디스크와 목 디스크 환자를 집도한 그는 “한국 의사들의 섬세한 시술 능력과 테크닉이 우수해 빠르게 정착된 것 같다”고 평가했다.

시술 개발자의 이름을 따 라츠 요법으로 알려진 이 시술법은 직경 1~2㎜, 길이 40㎝의 특수 카데터를 환부에 넣어 약물이나 고농도의 식염수를 투여한다. 피부를 절개해 병의 원인이 되는 부위를 제거하는 수술과는 치료 개념이 다르다. 요통의 원인을 신경조직의 유착이나 염증 또는 부종으로 보고, 약물로 유착된 신경조직을 분리 또는 염증과 부기를 가라앉히는 것이다.

시술이 간단하다 보니 고령자·당뇨병 환자·심장질환자·골다공증 환자도 선택적으로 시술받을 수 있다. 다른 수술에 비해 경제적으로 부담이 적은 것도 장점. 하지만 모든 척추환자가 대상은 아니다. 디스크나 척추관협착증 초·중기 단계 또는 수술 후 요통이 남는 환자들이 적용 대상이다.

최 원장은 “디스크가 터졌거나 척추관 협착으로 신경이 심하게 압박 받지 않는다면 대부분의 통증은 이 같은 비수술 요법으로 개선된다”고 말했다.

카데터 이용 비수술요법, 고령환자에 적합

힘찬병원 척추센터에서 지난해 경피적 신경형성술(Racz)을 받은 환자는 모두 731명. 이 중 73.2%(535명)는 추간판탈출증(디스크)이었으며, 척추관 협착층은 14.6%(107명), 기타 요통은 9.4%(71명)의 순이었다.

연령대는 50대가 25.3%(185명)로 가장 많았으며, 40대 21.61%(158명), 60대 16.3%(119명), 30대 14.5%(106명), 70대 12.2%(89명) 순이었다. 수술팀은 이 중 수술을 받지 못할 정도의 지병이 있거나 수술에 대한 심리적 부담이 있는 환자, 또 수술 후 지속적으로 요통을 호소하는 환자 129명의 치료효과를 분석했다. 그 결과, 조사 대상 환자의 97%가 신경성형술을 받은 지 1주일 이내에 확실한 통증 개선 효과를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라츠 박사는 이날 “신경성형술은 시술 시간이 10분 정도 소요될 정도로 간단하지만 환부에 접근할 때 척수신경을 건드릴 수 있다”며 “재발 가능성을 줄이려면 의사의 숙련도를 높이고 사후관리를 철저히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이 시술이 주로 요통 치료에 사용됐지만 지난해부터 목 디스크 등 경추 통증을 줄이는 데도 효과적으로 시술되고 있다”고 말했다.

최 원장은 “신경성형술은 꼬리뼈부터 요통 유발 부위까지 가느다란 관을 삽입해야 하므로 고도의 집중력과 기술이 필요하다”며 “의사의 숙련도가 수술 성패의 관건”이라고 말했다.

세계통증연구회(WIP) 초대 회장이기도 한 라츠 박사는 25일 서울아산병원에서 열리는 신경외과 심포지엄에서 연제를 발표한 뒤 출국했다.  

고종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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