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눈치보며 800선 버티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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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6면

신록의 5월을 맞았지만 증시는 잔뜩 움츠려 있다. 지난해 10월 이후 연속 6개월간 상승행진을 뒤로하고 본격 조정국면에 들어선 모습이 완연하다.

조그만 외부충격에도 시장은 중심을 잡지 못한 채 비틀거리기 일쑤다. 다시 미국 증시의 영향을 받는 날이 부쩍 많아졌다. 그 만큼 체력이 허약해진 것이다.

지금 증시는 목표점을 잃고 일단 소낙비를 피하고 있는 형국이다.

종합지수가 900선을 돌파한 뒤 증시 투자자들은 대망의 1,000 돌파의 계기로 수출호전에 잔뜩 기대를 걸었다. 저금리에 기초한 내수활황에 의존해 끌고온 주가를 더 밀어올리기 위해선 새로운 전기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런 기대는 성급했던 것같다. 최대 수출시장인 미국의 경기회복이 생각보다 더디게 진행되고 있는 탓이다. 특히 정보기술(IT)분야가 그렇다.

IT산업의 회복이 지연되고 관련 기업들의 실적이 계속 나빠지면서 미 나스닥지수는 1,600선까지 위협받고 있다.

하이닉스 매각이 물건너간 것과 맞물려 국제 D램 반도체값이 속절없이 밀리는 모습이다.

증시 내부 수급상황도 좋지 않은 편이다. 외국인 순매도와 기관의 프로그램 매물이 끊이지않는 가운데 이번 주에는 옵션만기일(9일)을 맞는다. 지난주 프로그램 잔고가 많이 줄었다고는 하지만 이번 주에도 옵션 만기일을 의식한 매물이 적잖이 나올 전망이다.

최근 증시는 단기간에 가파른 가격조정을 받았다. 종합지수는 지난 4월18일의 연중최고치(937포인트) 대비 100포인트 이상 밀리기도 했다. 하지만 시장 에너지를 보강하면서 새로운 상승 계기를 잡기까지는 아직 많은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

과거 1992년과 98년 대세상승 때를 봐도 첫 조정국면에 들어선 뒤 다시 상승흐름을 타는 데는 최소 한달이 걸렸다. 하락 조정폭도 앞선 상승폭의 40%대에 달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가격조정의 여지도 더 남아 있다고 여겨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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