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兒들아 미안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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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지난 3일 오전 서울 강남구 일원동 '밀알학교' 체육실. 정서장애 아동 2백31명을 가르치는 이 학교 학생 6명이 운동 감각을 키워주는 매트 굴리기 수업을 받으며 해맑게 웃고 있다.

수업에 집중하지 못하는 학생들 곁에는 교사와 자원봉사자 두명이 붙어 있다.

금요일마다 자원봉사를 하는 李계옥(42·여)씨는 "이 학교가 들어서는 데 반대했던 일을 생각하면 부끄럽다"고 말했다.

님비(지역 이기주의)의 상징이었던 밀알학교가 주민들의 자원봉사 현장으로 아름답게 변신했다. 39명의 교사들과 함께 버스 타고 내리기나 용변보기를 도와주고 급식 당번 등을 맡은 2백여명의 자원봉사자 가운데 70%가 강남구 일원·개포·대치동 주민이다.

1996년 학교 건물이 지어질 때만 해도 "특수학교가 들어서면 집값이 떨어지고 자녀 교육에 안좋다"며 공사장에 난입하고 법정 다툼까지 벌이던 주민들이 이제는 사랑의 구슬땀을 흘리고 있는 것이다.

굳게 닫혔던 주민들의 마음이 열린 것은 98년 시작된 교환 체험학습 때부터.

수서초등·중동중학교 등 인근 10여개 학교가 '특수학교 학생에게 사회성을 심어주고, 일반학교 학생에겐 남을 이해하는 마음을 가르치자'며 매주 한차례 밀알학교에서 예체능 수업을 함께 하면서 학생들이 먼저 마음의 벽을 허물었다. 이어 자녀들의 변화를 지켜보던 학부모들도 99년 자원봉사를 자청했다.

이번 여름방학 때 자녀들과 함께 이 학교에서 자원봉사를 하겠다는 주민들도 늘고 있다.

교장 權정숙(60)씨는 "앞으로도 도서관과 체육관을 개방, 주민들과 유대감을 강화해 특수학교에 대한 거리감을 없애는 데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박현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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