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정어리 떼의 은빛 군무, 여기는 짙푸른 세부의 바닷속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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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2호 18면

“난 생선회 안 먹어요.” 별명이 ‘고릴라’인 수중사진가 장남원의 입맛은 의외로 까다롭다. “어릴 적부터 회 먹으면 탈이 났어요. 내 몸에 안 맞나봐요.” 체질 탓을 하지만 오랜 세월 바닷속 생명들을 벗 삼아온 그가 해산물을 즐겨 먹을 리 없다. 그에게는 마른 오징어조차 물속에 살아있을 때는 신비하리만치 아름다운 피사체다.

수중사진 촬영 31년째 장남원씨“형형색색 물고기 모두 분수 지켜”

처음으로 수중사진에 관심을 가진 것은 1979년 중앙일보에 사진기자로 입사한 때다. 해군 수병으로 근무한 그였기에 쉽게 접근할 수 있었다. 스쿠버 강습을 받은 뒤 속초 앞바다에서 첫 잠수를 했다. 처음에는 무서웠단다. 어두웠기 때문에 더욱 그런 느낌이 들었다고 했다. 하지만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는 적막함이 편안하기도 했다고 말한다. 이듬해인 80년 여름, 수중카메라 니코노스를 들고 잠수를 했다. 불가사리, 미역 같은 것들을 찍었다. 하지만 결과는 형편없었다. 조명 미숙으로 노출이 엉망이었다. 그러나 열심히 1년쯤 하자 제대로 된 사진이 나오기 시작했다. 82년 여름 제주도 연산호를 촬영해 중앙일보 사회면에 게재한 것이 그의 첫 작품이다.

초기에는 공기가 떨어진 것도 모른 채 촬영에 열중하기도 했다. 결국 감압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수면 위로 올라와 잠수병에 걸릴 뻔하기도 했다. 그래도 30여 년간 바다를 떠나지 않았다. “이 바닥에서 최고가 되고 싶었죠. 사진이 잘 나오면 신이 나서 또 가고, 시원찮으면 오기가 나서 또 가고.” 이제 그의 사진은 해외에서도 알아준다. 말레이시아의 한 리조트에서는 매년 그를 초청해 수중 촬영을 한 뒤 그의 사진으로 우편엽서를 만들어 판매하고 있다.

그는 광각렌즈를 즐겨 사용한다. 물속 세계의 광활함과 함께 역동성을 보여줄 수 있기 때문이다. 필리핀 세부의 넓은 바다에서 은빛 비늘을 반짝이는 정어리 떼의 군무(사진)도 광각렌즈로 포착한 것이다. 지구표면의 70%가 바다인데 그가 특별히 좋아하는 곳이 있을까. “바다는 모두 특징이 있어서 어느 곳이 좋다고 말하기 힘들어요. 우리 바다는 탁한 게 약점이지만 시기에 따라 물색이 달라지는 것이 별난 맛이죠.”

이제 백전노장이 된 그는 푸른 물속에서 어떤 생각을 할까. “물속은 어느 때든 아름다워요. 형형색색 물고기들이 많지만 잘난 체하는 놈은 없어요. 자기 분수를 지킬 줄 알고 쓸데없이 다른 영역을 침범하지도 않죠. 사람이 해치지 않으면 그들은 이유 없이 덤비지 않아요.”

이런 수중세계를 촬영한 60여 점의 사진을 다음 달 2일부터 18일까지 서울 롯데백화점 애브뉴엘 전관 및 9층 롯데갤러리에서 전시한다. 95년, 2008년에 이어 세 번째 개인전이다.

글 신인섭 기자 shinis@joongang.co.kr
사진 장남원 수중사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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