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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미국 항모 9km까지 접근 소리 없는 공격 능력 세계에 과시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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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2호 22면

전략 핵미사일을 탑재한 중국 핵 잠수함 창정 6호가 산둥성 칭다오 앞바다에서 군 통수권자인 후진타오 국가주석의 사열함 앞을 지나고 있다. [칭다오 AP=연합]

2006년 10월 26 일 오키나와 인근 해상 미 해군 항모 키티호크는 발칵 뒤집혔다. 10여 척의 호위함에 둘러싸인 항모의 9㎞ 앞에 중국의 신형 디젤 추진 방식의 쑹(宋)급 잠수함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삼엄한 잠수함 경계망을 뚫은 것이다. 군 내부에 즉각 대대적인 논쟁이 벌어졌다. 미 해군은 “냉전 종식으로 소련 핵 잠수함의 위협이 없어지면서 미군의 대잠 방어훈련이 약화돼 벌어진 해프닝”이라고 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중국 잠수함의 능력이 급격히 개선되고 있는 상징적 사건”으로 꼽았다.

95년 이후 매년 잠수함 3척씩 늘린 중국

중국 잠수함은 오랫동안 서방의 조롱거리였다. 한때 90척 대함대였지만 대개가 1950년대 개발된 소련 로미오급의 복제판이었기 때문이다. 시끄럽고 사고도 잦았다. 중국 잠수함은 연안에서만 놀고 원양 작전은 꿈도 못 꿨다. 신형을 개발한다고 했지만 오랜 시간이 걸렸고, 또 오랜 시간 시험 평가를 거치면서 양산에 들어가는 즉시 구형이 되고 말았다. 로미오급을 개량한 밍(明)·한(漢)급이 그랬다.

그러던 중국이 95년부터 달라졌다. 급격히 잠수함 전력을 강화하기 시작했다. 중국 언론을 종합하면 95~2010년 48척이 추가 배치됐다. 미 의회보고서(CRS) 리포트에 따르면 95~2007년 사이 1년에 2.9척꼴이다. 핵공격 잠수함은 상(商·7000t·ONI 추정)급 4척과 대륙간 탄도미사일을 실은 진(晉·SSBN·9000t·ONI 추정)급 2척 등 모두 6척이다. 디젤 잠수함은 밍급(10척), 킬로급(12척), 쑹급(16척), 위안(元)급(4척)으로 모두 42척이다.

진급은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을 위해 개발된 전략 핵 잠수함이다. 옛 소련 붕괴 혼란기에 입수한 빅터-3 핵잠수함 설계를 기초로 개발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소형 핵탄두 6기가 실린 다탄두형 JL-2 SLBM 12기가 탑재돼 있다. 사정 거리가 7200㎞로 짧아 미국을 공격하려면 태평양 깊숙이 나와야 하는데 소음이 커 생존성을 확보하기 어렵다는 게 약점이다.

중국의 실력은 90년대 중반 러시아제 킬로급이 도입되면서 달라졌다. 킬로급은 소음이 적어 미 해군과 맞설 수 있는 잠수함으로 꼽힌다. 중국은 90년대 말 중고 킬로급 4척, 2005~2007년에 신형 킬로급 8척을 도입했다. 킬로급은 중국 잠수함이 연안에서 벗어나 원양으로 나갈 수 있게 만든 최초의 현대적 잠수함이다. 다른 잠수함에도 큰 영향을 줬다.

2000년 양산되기 시작한 쑹급이 주력이며, 위안급·상급 핵잠수함도 작전 능력을 갖춰 가고 있다. 킬로급 기술이 반영된 위안급은 공기무관체계(AIP) 기술까지 적용된 수준급 잠수함이다. 수중 소음을 확 줄였다. 중국 측 자료에 따르면 위안급은 기존 중국 잠수함보다 35데시벨(㏈) 이상 조용해졌다. 위안급은 또 킬로ㆍ쑹급보다 훨씬 장거리 작전을 한다. 10일 이상 잠항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미 해군은 상급도 LA급 초기형 수준으로 조용해진 것으로 평가한다. 상급의 전신인 한급은 130㏈ 이상 소음을 달고 다녀 ‘바닷속 경운기’라는 비웃음을 샀었다. 디젤-배터리 추진 잠수함은 수중 속도가 느리고 작전 시간도 제한된다. 대신 소음이 적다. 수중에선 축전지로 돌리는 모터로 추진되기 때문이다. 핵반응 열로 덥힌 증기로 터빈을 돌려 고속을 내는 핵잠수함보다 소음이 훨씬 적다. 이 때문에 미 핵잠수함도 디젤 잠수함을 위협으로 보고 있다.

‘조용한 중국 잠수함’이 미국에 위협으로 등장한 사건이 2006년 쑹급 사태 말고 또 있다. 2009년 6월 11일 필리핀 근해에서 미 구축함 매케인의 예인 소나와 중국 잠수함이 충돌했다. 예인 소나는 구축함이 끌고 다닌다. 따라서 충돌은 잠수함이 구축함 수백m로 접근했어도 탐지를 못 했다는 것을 뜻한다. 여차하면 중국이 방어망을 뚫고 미 항모를 공격할 수 있음을 보여 주는 대목이다.

중국은 이미 힘을 과시하고 있다. 2009년 4월 발간된 『제인 연감』에 따르면 중국의 장거리 잠수함 초계가 늘었다. 2006년 2회, 2007년 6회, 2008년 12회다. 헤리티지재단 2010년 2월 보고서는 “이런 현상은 특히 미국에 중국이 태평양의 해군 파워임을 보여 주는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쑹급 부상’ ‘초계 횟수 증가’에 담겨 있는 전략적 의미는 심각하다. 과거 중국이 대만을 위협하면 미 항모가 대만 해협 인근까지 접근했다. 그러나 이제는 안 된다. 우선 잠수함을 의식해 중국 본토에서 1000㎞는 떨어진다. 1000㎞는 항모 탑재 전투기들의 작전 한계 거리다. 게다가 대함탄도탄 DF-21 ASBM의 위협이 추가돼 공격받지 않으려면 1000㎞쯤 더 후퇴해야 한다. 중국 연안까지 ‘맘 놓고 다녔던’ 미국이 이젠 2000㎞ 앞까지만 가는 상황이 된 것이다.

2020~2025년 중국이 12척의 공격형 핵잠수함을 확보하면 미국 입장에선 상황이 더 악화된다. 5척 이상 핵잠수함 상시 배치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거기다 24척의 AIP 잠수함이 합세하면 상시배치 13척 체제가 돼 중국 인근 태평양에서 미·중의 잠수함 균형은 흔들릴 수밖에 없다. 2025년 태평양에 배치되는 미 핵잠수함은 27척, 그 가운데 상시 배치는 9척인데 그중에서도 4척 이상을 중국 인근 해역으로 배치하기 어렵다.

중국이 잠수함 전력을 강화하는 이유는 뭘까. 2008년 중국 국방백서는 ‘중국의 세계적 경제 팽창과 군사력’의 관계를 명백히 보여 준다. 백서는 ‘외부 세력의 봉쇄를 중국에 대한 위협’으로 규정한다. 미국은 아시아·태평양 안보에 부정적 요소로 꼽힌다. 선진국의 경제·군사·기술적 우위로 방해받고 있다는 인식도 드러내고 있다. 랜드연구소·미합참지(JFQ)·미의회보고서(CRS) 등을 종합하면 잠수함을 포함한 중국 해군력의 팽창 이유는 세 가지다.

첫째는 대만 관계다. 중국은 대만 통일에 방해되는 미 해군 항모 전단 및 잠수함의 활동을 견제하려 한다. 이를 위한 전략적 방어 개념으로 제1도련선(島鍊線)과 제2도련선을 상정하고 있다. 1도련선은 오키나와~대만~필리핀~보르네오, 2도련선은 오가사와라제도~마리아나제도~팔라우로 이어지는 방어망이다. 중국은 1차로 1도련선에서 배타적 제해권을 확보하고 힘이 더 커지면 2도련선까지 범위를 넓힌다는 야심이다. 이는 1000해리(1850㎞) 전수 방어구역을 정한 일본의 괌과 오키나와 및 한국에 기지를 두고 있는 미국과 힘의 대결이 벌어질 수 있음을 예고한다.

둘째는 해상 수송로 안전 확보다. 중국은 급속한 경제 성장으로 에너지와 자원의 해외 의존도가 높아졌다. 석유로 환산한 중국의 에너지 수입량이 90년 하루 200만 배럴이었는데 2010년 800만 배럴, 2020년엔 1320만 배럴로 치솟는다. 또 세계 최대 상품 수출국이다. 안전한 해상 수송로 확보가 ‘치명적 국익’인 것이다. ‘중국 해군의 새로운 역사적 사명’이란 제목의 2009년 7월 랜드연구소 분석보고서도 “중국 안보 전략가들은 믈라카 해협과 남중국해의 대규모 위협에 대응할 수 있는 능력이 모자라 무역과 에너지 자원 보호를 우려한다”고 지적했다.

셋째는 주변국과의 영토 갈등을 겨냥한다. 중국은 남중국해의 난사(南沙)군도·시사(西沙)군도·댜오위다오(釣魚島) 등에서 해상 영토 분쟁을 벌이고 있다. 특히 난사군도 해역엔 300억t의 석유가 매장돼 있어 중국은 절대 포기할 수 없다. 영유권 분쟁을 벌이는 필리핀·대만·베트남·말레이시아 모두 중국처럼 잠수함 전력을 강화하고 있다.

▶상급=공격 핵 잠수함 한급의 후계함이다. 한급의 소음 수준을 아주 낮췄다. 러시아의 아쿨라급 공격 핵잠수함을 참고해 설계됐다. 미 해군 정보국은 소음이 줄어도 러시아나 미국 핵 잠수함보다 높다고 본다. 현재 4척이 건조됐고 총 6척이 예정돼 있다. 095급으로 알려진 개량형 상급도 개발 중이다. 6척이 건조돼 2015년 취역을 시작하며 2025년까지 최대 12척의 상급을 확보할 것으로 미 해군은 예측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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