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자금委 위원장 놓고 정부·민간 정면 충돌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5면

정부와 공적자금관리위원회 민간위원들 간의 의견 충돌로 한달 넘게 공석 중이던 공자위 민간위원장은 결국 위원들 뜻대로 강금식(姜植)성균관대 교수로 낙착됐다.

정부는 막판까지 이진설(鎭卨)서울산업대 총장을 위원장으로 밀었지만 민간위원들이 3일 이를 거부하고 姜교수를 위원장으로 전격 결정한 것.

민간위원들이 정부의 의중에 반발하게 된 발단은 지난달 초 박승(朴昇)전 위원장이 한국은행 총재로 옮긴 뒤 재경부 고위 관계자가 후임 위원장 문제와 관련, "총장이 고사하다 반쯤 승낙했다"고 말하면서부터. 이에 공자위 민간위원들은 "민간위원이 호선으로 뽑게 돼있는 위원장을 정부가 내정한다는 게 말이 되느냐"며 반발하기 시작했다.

당황한 정부가 '위원장을 내정한 사실이 없다'며 설득에 나섰지만 민간위원들의 마음을 돌리지 못했다.

3일엔 공자위 회의에 앞선 조찬 모임에서 전윤철(田允喆)부총리와 이근영(瑾榮)금융감독위원장·장승우(張丞玗)기획예산처 장관 등 정부측 위원 3명이 5명의 민간위원(어윤대 고려대교수·유재훈 여의도연구소 연구위원·김승진 변호사·姜교수·총장)에게 선처를 부탁했다.

하지만 정부 인사들이 먼저 자리를 뜬 뒤 민간위원들은 지난달에 이미 의견을 모은 대로 姜교수를 위원장으로 결정했다. 이 자리에 있던 총장은 도중에 자리를 떴고, 위원직 사퇴 의사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이로써 위원장 선임에 대해 민간위원들이 공자위 본회의에 보고하는 절차만 남은 상태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姜교수가 민주당적을 갖고 있어 위원장으로서 중립성을 유지하기 어렵다"며 "자격을 계속 문제삼겠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姜교수는 "필요하다면 당적을 포기할 수도 있지만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며 "위원장을 하루를 하든 한달을 하든 민간위원들이 절차를 밟아 뽑았는데,정부가 문제삼을 일이 아니다"고 밝혔다.

姜교수는 전북 군산 출신으로 아주대와 성균관대 교수를 거쳐 13대 국회의원을 지냈으며, 현재 성대 경영학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이렇게 사태는 일단락 됐지만 정부와 민간위원들 간에 갈등의 골이 깊어져 공자위 활동이 염려된다는 시각도 제기된다.

한 민간위원은 "정부가 대한생명 등의 처리를 앞두고 공자위를 거수기로 만들려고 한다"며 "민간위원들이 반란을 일으킨 게 아니라 제대로 일하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반면 정부 관계자는 "공적자금을 투입하고 회수하는 일은 정부가 책임지고 하는 일인 만큼 위원장은 정부가 추천한 사람이 맡는 것이 순리"라고 말했다.

고현곤·허귀식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