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자들 식량난·종교탄압 증언 중국엔 北강제송환 중단 촉구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5면

미국 하원 국제관계위 동아태소위(위원장 짐 리치)는 2일 워싱턴 의원회관에서 북한 인권상황에 관한 청문회를 열었다.

개천교화소에 수용됐던 이순옥(順玉)씨 등 서울에서 온 탈북자 3명과 북한에서 활동했던 독일인 의사 노베르트 폴러첸 박사 등 5명이 청문회에서 증언했다.

◇북한의 인권탄압과 기아=11년간 김정일(金正日)국방위원장의 경호원이었다는 이영국(英國)씨는 자신이 수용됐던 요덕교화소에 대해 "하루 옥수수 1백30g과 소금국으로 연명하며 하루 15시간씩 강제노동에 시달렸다"고 말했다.

북한군 대위 출신인 김성민(金聖珉)씨는 "밖에서는 그래도 군인만은 제대로 먹을 걸로 생각하지만 1990년대 초 부대에서 한해에만 12명이 영양실조로 죽은 적도 있다"고 증언했다.

이순옥씨는 개천교화소의 기독교인 탄압·영아살해·생체실험·공개처형 등에 대해 증언하고, "경제교류·대화도 중요하지만 인권 문제의 해결 없이는 아무런 진전이 없다"고 주장했다.

중국에서 탈북자들을 돕고 있는 폴러첸은 "북한 정권은 식량을 주민들을 통제하는 무기로 사용하고, 국민을 상대로 테러를 저지르는 진짜 테러국가"라고 비난했다.

한·미 의원외교협의회의 미국측 회장인 에드워드 로이스(공화·캘리포니아)의원은 "탈북자 중 상당수가 중국 당국에 체포돼 북한 정부로 압송되고 있다"며 중국의 탈북자 송환 중단을 촉구했다.

◇한국 정부·사회 비판=이순옥씨는 "95년 아들의 손을 잡고 베이징(北京)주재 한국대사관에 찾아가 한국행을 요청했지만 직원 두명이 '나가지 않으면 중국 공안원을 부르겠다'고 협박해 쫓겨났다"고 주장했다.

그는 "나는 한국사람인데 왜 한국에서는 북한 인권탄압에 대해 증언하지 못하는지 묻고 싶다"며 "미 의회에 설 때마다 수치스런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탈북 청년과 한국 대학생 모임인 백두한라회 회장을 맡고 있는 김성민씨는 "99년 한국에 처음 왔을 때 내가 '김정일 동지'라고 하면 주변에서 '동지는 왜 붙이는가.

그냥 김정일이지'라고 했는데 지금은 내가 '김정일'이라고 말하면 사람들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이라고 고쳐준다"고 말했다.

워싱턴=김진 특파원

ADVERTISEMENT
ADVERTISEMENT